[금메달 후보]사격 강초현 “적수는 오직 나뿐…”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37분


앳된 표정, 해맑은 웃음. 그의 얼굴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표적을 응시한 채 숨을 멈추고 한발 한발 방아쇠를 당길 때는 어느새 속에 감춰진 강인한 근성이 뿜어져 나온다. ‘신세대 총잡이’ 강초현(18·유성여고 3년).

△2000년 5월22일

사격 여자공기소총 시드니올림픽대표에 뽑힌 날. 태극마크를 단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난생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3월 시드니 프레올림픽. 394점을 쏴 개인 10위에 오르며 올림픽 기준기록(MQS)을 통과했다. 국제대회 경험이나 해볼 겸 자비를 들여 참가했는데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둔 것. “우물안 개구리였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뭔가 해야겠다는 자극을 얻었어요.” 새롭게 눈을 뜬 강초현은 대표선발전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7월18일

96애틀랜타올림픽이 열렸던 울프크릭 사격장에서 벌어진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본선에서 399점으로 세계타이기록을 세운 뒤 결선에서 100.6점을 추가, 합계 499.6점. 1m57, 45㎏의 조그만 체구에 1m가 넘는 소총은 유달리 길어 보인다. 일단 사선에 서면 타고난 집중력과 두둑한 배포로 한발 한발 쏘아간다. 대표팀 김일환 감독은 “적응력이 높고 하나를 가르치면 두세가지를 이해할 정도로 기술 체득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했다.

△8월12일

태릉선수촌 사격장. 막바지 훈련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강초현은 실전과 똑같은 연습사격 40발 가운데 마지막 한발만을 10점 표적지에 맞히는데 실패했다. 400점 만점에서 1점 모자른 399점. 입가에 환한 미소가 흘렀다. 밤마다 1시간 이상씩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한 덕분에 약점으로 지적된 체력도 붙었다. 지난달 말 태릉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하루 40발이던 훈련량이 점차 늘어났고 다음주부터는 160발을 쏴야한다. 주말 병석에 계신 홀어머니를 뵈러 대전 유성 집에 갔다왔다.입촌훈련으로 늘 어머니 곁에 있을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9월16일

시드니올림픽 개막 하루 뒤. 강초현은 시드니 교외 세실파크의 인터내셔널 사격센터 사선에 오른다.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될 기회.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그의 우상 여갑순이 이 종목에서 금 물꼬를 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소 갖고 있는 기량만 발휘하면 된다. 모든 훈련과 생활 리듬을 경기 당일에 맞추지 않았던가. “라이벌은 없어요. 나와의 싸움일 뿐입니다.” 강초현의 총구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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