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후보]이봉주 "금메달 딸 일만 남았습니다"

  • 입력 2000년 8월 18일 20시 55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팀 이탈에 따른 오해를 풀겠다."

지난해 12월 이봉주(30·삼성전자)는 당시 소속팀이던 코오롱을 박차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코오롱을 떠나는 과정에서 구구한 오해를 많이 받았던 것. '팀이탈의 주범'이라는 주위 소리에도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았다.오직 기록만이 모든 것을 애기해 줄 것이란 각오아래 묵묵히 연습에만 몰두했다.결국 그 결실은 2월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2위)로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봉주는 '손기정(36베를린)-황영조(92바르셀로나)'의 뒤를 이어 한국마라톤의 올림픽금메달 계보를 잇는 것만이 팀 이탈로 훼손된 자신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사실 지난해 9월 코오롱을 떠난뒤 시골 여관방을 전전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기록상으로도 이봉주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먼저 세계 기록(2시간5분42초) 보유자인 할리드 하누치(미국)는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게다가 모제스 타누이(역대 3위 기록 보유자),자펫 코스게이(올시즌 2위 기록 보유자)등 케냐선수들은 자국 연맹과의 불화로 올림픽 티켓조차 얻지 못했다.이에 비해 이봉주는 올시즌 기록이 3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역대 올림픽 최대의 난코스로 꼽히는 시드니마라톤코스. '포장도로에서 치러지는 크로스컨트리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벌써부터 악명이 높다.표고차가 80m에 이를뿐더러 크고 작은 언덕만도 무려 27개나 된다.기록이 아닌 체력싸움에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봉주는 4월부터 한달동안 대전 유성 마티고개에서 가진 훈련이나 6월말부터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호주에서 가진 한달간의 전지훈련도 모두 체력훈련 위주로 치렀다.지난달말 백승도(한전) 정남균(한국체대)등 동료 대표선수들이 귀국한뒤에도 이봉주는 홀로 시드니와 기후 및 지형이 비슷한 뉴질랜드 해밀턴으로 건너가 하루 평균 50km씩을 달리는 초인적인 훈련량을 소화해 내고 있다.현재 호주에서의 체력훈련에 이어 풀코스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본격적인 거리주(距離走·도로거리훈련)단계에 돌입한 상태. 막판 상대선수를 제칠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풀코스보다 8km가량을 더 달리고 있다.

"이제 시드니에서 뛰는 일만 남았습니다."

국제전화를 통해 들려온 이봉주의 목소리에는 어느때보다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봉주는 18일 귀국해 국내에서 조정훈련을 가진뒤 9월초 시드니에 입성,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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