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이것이 현실

  • 입력 2003년 9월 26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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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회사원 A, 그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20대 남성 직장인이다. 그 중에서도 축구 경기 관람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야말로 축구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오늘 저녁에는 그가 좋아하는 축구 중계가 두 경기나 예정되어 있다. 다만 경기 장소가 지방과 외국이라 직접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TV편성표로 중계 시간을 확인한 A, 그런데 두 경기가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는 별 다른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듯이 그대로 신문을 접고 회사로 향한다.

축구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에 맞춰 귀가한 A는 TV를 켠다.

그가 선택한 경기는 한국남자 올림픽 대표팀의 친선 경기,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다른 채널의 경기는 여자대표팀의 한일전이다.

가상의 글이긴 하지만 이 글의 내용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스포츠 남자 경기가 대부분의 여자 경기에 비해 더 큰 인기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한 예로 한국축구대표팀의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지난 25일 미국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여자대표팀의 광화문 응원을 시도했지만 인원이 30여명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한국에서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남자 축구에 비해 얼마나 현저하게 낮은지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현실.

물론 경기 시간이 출근 시간과 겹치는 점도 있었고 장소 협조도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지난해 2002한일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엄청난 응원 열기를 감안하면 너무나 초라한 결과였다.

이날 저녁에 벌어진 아시안컵 남자 대표팀의 경기에 붉은악마 수백명이 응원을 펼친 것도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과의 차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모 축구해설위원의 말에 따르면 스포츠라는 것은 오락산업이기 때문에 상업성이 떨어지는 여자 경기의 인기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말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마치 과거에 소위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 담긴 스포츠를 즐기던 때와 애국심에만 호소하여 관심을 이끄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

그렇다고 월드컵에 진출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를 이대로 버려둘 수도 없는 일.

과연 어떻게 해야 이런 냉담한 현실을 타파해 나갈 수 있을 지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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