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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잠 못 이루는’ 핫한 시애틀의 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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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잠 못 이루는’ 핫한 시애틀의 세 가지 교훈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입력 2019-03-08 03:00수정 2019-03-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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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애틀 ‘레이크 유니언’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요새 미국 시애틀은 북적인다. 여기저기서 땅을 파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단장을 한 건물이 속속 피어난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구도심 북쪽에 위치한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유니언 호수)’ 지역에 터를 잡고 지속적으로 팽창 중이다.

아마존 캠퍼스는 2007년 11개 동의 건물에서 임직원 6000명으로 시작했는데, 오늘날에는 5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이곳에 덩달아 캠퍼스를 열고 있다. 또 워싱턴대 의대와 각종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기관도 들어오면서 이곳은 명실상부한 시애틀 대표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혁신지구가 됐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한 편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 됐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남자 샘 볼드윈(톰 행크스)이 부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단둘이서 살던 집이 유니언 호수 위에 있는 ‘보트하우스(수상가옥)’였다. 아빠의 재혼을 위해 라디오 방송을 탄 아들 덕분에 천신만고 끝에 서부 남자는 동부 여자 애니 리드(멕 라이언)와 크리스마스 저녁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스토리라인이다.

이 영화에서는 뉴욕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시애틀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니언 호수의 보트하우스가 나온다. 그만큼 보트하우스는 시애틀의 명물이다. 땅을 디디고 서 있는 일반 집과는 다르다. 보트하우스는 한 발은 뭍에 두고 있고, 다른 한 발은 물에 두고 있다. 또 어떤 이에게 보트하우스는 종말론적이다. ‘노아의 방주’가 연상되는가 하면 기후변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 모든 육지가 물에 잠긴 후에 나타날 아주 먼 미래의 주거 양식이 떠오른다.

유니언 호수에 수상가옥이 군집해 있는 것은 로맨틱한 경관이지만, 이 로맨틱한 경관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연중 변하지 않는 수심이다. 밀물과 썰물에 혹은 우기와 건기에 수심이 변하면 보트하우스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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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일정한 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도시가 매우 선진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는 도시 하부구조는 친환경 그린 수량 조절장치(LID 시스템)가 광범위하게 작동한다는 방증이다. 시애틀의 우아함은 백조의 우아함처럼 수면 아래서는 열심히 물장구치고 있다. 하천이나 강이 장마철마다 범람하는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변경관의 우아함이다.

시애틀은 교훈적이다. 개척자 아서 데니가 1851년에 시작한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치고는 나이가 무척 어리다. 대개의 도시는 고대와 중세 도시 위에 근대 도시가 덧칠해진 모습인데 시애틀은 세계에서 드물게 근대 도시로 시작한 도시다. 그래서 근대 도시가 어떠한 경제 원리와 건축 원리로 발전하고 싶은지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시애틀을 보면 된다.

시애틀의 초기 경제는 벌목 기업과 골드러시 기업이 달궜다. 구도심인 파이어니어 스퀘어의 모습은 이를 기록한다. 골드러시에서 개발한 수압 채광기술은 토목기술로 변모하여 구도심의 팽창을 가로막았던 데니 힐(서울로 치면 남산)을 밀어버렸다. 도심 중심상업지구가 파이어니어 스퀘어에서 북상할 수 있는 계기였다.

골드러시에서 어렵게 돈을 번 존 노드스트롬은 1918년 백화점을 신도심 핵심 광장에 세웠다. 오늘날까지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웨스트레이크 광장의 앵커시설이다. 세계 전쟁으로 급부상한 보잉은 8만 명을 고용하는 공룡기업이 됐다. 보잉은 20세기 중반 시애틀 경제를 견인했고, 시애틀의 브랜드를 ‘제트(Jet) 도시’로 바꿨다. 냉전시대를 맞이하며 시애틀은 보잉과 함께 우주시대에 걸맞게 최첨단 기술 엑스포를 유니언 호수의 서편(시애틀 센터)에서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낙후하고 있던 엑스포 일대를 공공문화 인프라로 최근에 업그레이드했다.

시애틀은 우리에게 세 가지 생각거리를 남긴다. 첫째, 수상가옥은 치수(治水)의 중요성과 수변공간의 유연성을 알려준다. 홍수 때마다 방류로 오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우리나라 대도시의 치수 방식은 재고해야 하고, 강변과 천변에 보트하우스가 아닌 고속도로가 있는 현실도 재고해야 한다. 둘째, 점점 비중이 커가는 도시 메이커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따라서 새로이 부상하는 기업이 공공 프로그램을 기업 캠퍼스에 삽입시키고, 도시의 시대적 요구를 상징기호로 남기게 유도해야 한다. 셋째, 혁신지구는 외지에 홀로 서는 외딴섬이 아니라 자연환경 인프라(유니언 호수)와 문화 인프라(엑스포), 중심상업지구 인프라(노드스트롬 백화점)라는 삼각대 위에 접속해서 세워질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미국 시애틀#유니언 호수#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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