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우당탕탕]〈5〉일확천금 꿈꾸는 빈털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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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요즘 어딜 가나 블록체인과 코인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린다. 블록체인이 유명해지니 여기저기서 투자하라는 사람도 많고, 자기들이 만든 코인을 방송에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코인 광풍’이라니 옛 추억이 하나 떠오른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앞뒀던 때 친구 사무실에 자주 놀러갔다. 사무실에 가면 친구와 동네 형님들이 사업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했다.

“이번에 러시아 앞바다에서 해적선이 발견됐는데, 잠수부들이 들어 보니 안에 금은보화가 수두룩해서 한 방에 수천억 원을 벌었잖아. 바닷속에 있는 건 발견한 사람이 임자거든. 5년 동안 바다를 뒤지고 다니면 보물선 하나 못 찾겠어?”

“에이 형님! 바다가 얼마나 넓은데 어떻게 찾아요! 보이지도 않는데! 그거보다는 얼마 전에 칠레 앞바다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그 운석 하나 가격이 40억 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주변 논두렁 밭두렁에 돌아다녀 보면 떨어져 있는 운석 많을 거예요. 저는 운석 사냥꾼이 되는 게 훨씬 빠를 거 같은데요.”

“참, 형님들은 왜 이렇게 현실성이 없어요. 요즘 시베리아에서 석유가 터졌는데 포클레인 기사가 없어서 난리가 났다잖아요. 뜬구름 잡는 얘기 그만하고, 우리가 포클레인 기사들 1000명만 모아서 시베리아로 가면 떼돈 버는 거죠.”

“그럼 회사를 하나 차려서 시베리아에 석유 캐러 보내고, 해적선도 찾으러 다니고, 운석도 주우러 다니면 되겠네. 지분은 어떻게 나눌까?”

“형님이 40%, 내가 35%, 아우가 25% 어때요?”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 나오겠죠?”

“일단 목표는 가볍게 1000억 원으로 하자고.”

그분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오전에만 몇천억 원이 왔다 갔다 했다. ‘지분 더 내놔라, 안 된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배고픈데 밥은 어떡하죠?” “글쎄 시켜 먹을까?” “돈 있으세요?” “나는 없는데. 김 사장은?” “저도 현금이 없는데….” “그럼 카드는 돼요?” “카드는 정지당했지.” “그럼 오늘만 라면 먹을까요?” “라면 한 봉지밖에 없는데….” “그럼 한 봉지로 나눠 먹지 뭐!”

몇천억 원이 어떻고, 지분이 어떻고 하던 사람들이 정작 점심 먹을 돈이 없어서 매일 라면만 먹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사무실에 놀러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전화를 받았는데,

“아,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번에 코인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것 좀 방송에서 홍보하려고요.”

“아, 방송에서 아무 거나 홍보할 수 없습니다. 근데 어떤 코인인데요?”

“아, 착한 일 하면 주는 코인입니다.”

“착한 일요? 그럼 그 코인 받으면 어디에 쓸 수 있나요?”

“그냥 가지고 있으면 큰돈이 됩니다.”

“네? 어떻게 큰돈이 되는데요?”

“아, 이게 전화로는 설명드리기가 힘든데 만나서 설명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연남동 쪽에 사무실이 있는데, 이쪽으로 오실 수 있나요?”

“아, 제가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작가님이 이쪽으로 오시면 안 되나요?”

아, 이분도 식사는 하고 다니시는지 걱정이 된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블록체인#코인#코인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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