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슬픈 이야기의 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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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자목련

겉이 짙고 안은 연한 ‘자목련’.
겉이 짙고 안은 연한 ‘자목련’.
목련과의 갈잎큰키나무 자목련(紫木蓮)은 ‘자줏빛 목련’을 뜻한다. 자목련의 ‘목련’은 ‘나무의 연꽃’을 의미한다. 자목련의 다른 이름은 자옥란(紫玉蘭) 혹은 옥란화(玉蘭花)이다. 중국 원산의 자목련 꽃은 겉이 짙은 자주색이고 안쪽은 연한 자주색이다. 자목련은 꽃이 하얀 백목련에 비해 보기 드물지만 자주색 꽃은 정말 매혹적이다. 자목련처럼 매혹적인 꽃을 피우는 나무에는 대부분 슬픈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자목련도 아래와 같이 슬픈 전설이 남아 있다.

옛날 옥황상제의 예쁜 딸이 다른 총각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북쪽 나라의 왕만 사모했다. 옥황상제의 딸은 북쪽 왕이 결혼한 것도 모르고 아버지의 정략적 결혼에 염증을 느껴 집을 나가 그를 찾아 나섰다. 딸은 그곳에 도착한 뒤에야 그가 결혼한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자살하고 말았다. 북쪽 나라 왕은 옥황상제의 딸이 자신을 사모하여 죽은 것을 알고 장사 지낸 후 자신의 아내인 왕비마저 죽여 같이 장사를 지냈다. 이 소식을 들은 옥황상제는 그들을 가엾게 여겨 두 사람의 무덤에서 각각 꽃이 피도록 했다.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이, 왕비의 무덤에서는 자목련이 피었다. 그 뒤로 두 목련의 꽃봉오리는 모두 북쪽을 향했다.

우리나라는 자목련을 비롯한 목련의 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430여 종의 목련이 살고 있는 곳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이다. 이곳의 목련은 우리나라에 귀화한 미국인 민병갈이 목련을 사랑한 어머니를 위해 심은 나무들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자목련은 물론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세계 각국의 목련을 만날 수 있다.

자목련의 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피는 기간이 10일을 넘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목련의 꽃을 사랑하는 것도 개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개의 꽃잎을 가진 자목련의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초간노자(楚簡老子)’ 제7장의 “공을 이루면 몸을 물린다(功遂身退)”는 구절처럼,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역할이 끝났는데도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과욕(過慾)’이라 부른다. 욕심은 삶의 에너지를 만들지만 과욕은 불행을 낳는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나무 인문학#자목련#초간노자#욕심#에너지#과욕#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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