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편견을 갖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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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모과나무

모과 열매는 상큼하고 그윽한 향으로 공간을 채운다.
모과 열매는 상큼하고 그윽한 향으로 공간을 채운다.
장미과의 갈잎큰키나무 모과나무는 ‘나무 오이’를 뜻하는 한자 목과(木瓜)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모과나무는 열매를 강조한 이름이다. 모과의 이름은 참외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시경(詩經) 위풍(衛風) 모과(木瓜)에 등장할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모과나무를 재배했다. 중국의 모과나무 주요 생산지는 서성(書聖) 왕희지가 활동한 저장(浙江)성 란팅(蘭亭)을 비롯한 산인(山陰)이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모과나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현재 남한에는 천연기념물 모과나무가 없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은 내가 본 모과나무 중에서 가장 인상 깊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신라 고찰 도덕암의 팔백 살 모과나무는 내가 만난 가장 나이 많은 모과다. 이곳의 모과나무는 높이가 10m, 둘레가 4m에 이른다. 모과나무는 둘레가 1m 자라는 데 200년이 걸릴 만큼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아주 나이 많은 모과나무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놀부가 동생 흥부 집에서 가져간 화초장이 모과나무로 만든 것을 알면 모과나무의 문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모과나무는 장미과라서 꽃잎이 다섯 장이다. 모과나무의 꽃은 아주 아름답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잎에 가린 꽃을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번 모과나무 꽃을 자세히 보면 그 매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모과나무는 꽃을 피우는 과정을 겉으로 보여주는 나무다. 봄철 모과나무의 축축한 줄기는 꽃이 필 때 물관세포를 통해 물을 올리는 모습이다.

모과나무는 노란색을 상징하는 나무다. 모과나무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마다 줄기의 껍질이 벗겨진다. 봄에 줄기의 껍질을 벗긴 모습은 정말 매끈하고 고운 연노랑이다. 모과나무의 잎은 노랗게 물들고, 열매도 노랗게 익는다. 특히 노랗게 익은 열매의 향기는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에 모과나무 열매로 차를 만들거나 방향제로 활용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과나무의 열매를 ‘못생김’의 대명사로 사용한다. 얼굴을 비롯해서 못생긴 물건을 비유할 때 모과나무의 열매를 끌어온다. 사람들의 모과나무 열매에 대한 이중적인 인식은 한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마음 때문이다. ‘대학(大學)’의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心不在焉視而不見)’란 구절처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은 한 존재의 가치를 온전히 볼 수 없게 한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모과나무#나무 오이#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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