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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 드라마 보고 도망갈 생각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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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 드라마 보고 도망갈 생각나는 까닭

야마구치 히데코 일본 출신 이주여성공동체 ‘미래 길’ 공동대표입력 2016-08-30 03:00수정 2016-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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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야마구치 히데코 일본 출신 이주여성공동체 ‘미래 길’ 공동대표
‘노래는 세상에 따라, 세상은 노래에 따라’라는 말이 일본에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반영해서 그런가 생각되기도 하고,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남들이 그렇게 사는데 나도 그럴 수 있다고 힌트를 얻어 생활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 부부간 말다툼에서 비롯해 홧김에 살인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두 사람이 싸우게 되면 한쪽은 가만히 있거나 조용한 대화가 안 되면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의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말로 싸우고 소리 지르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뺨도 때리고 물세례도 하고 못 하는 것 없이 다 보여준다. 실제 생활에서는 못 하는 일을 대신에 해주니까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막장 드라마의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아침부터 비중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심각한 내용의 연속극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연속극은 한번 맛 들면 계속 보게 된다. 전개가 궁금해서다. 어느 날 하루 종일 묘하게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감정이 어디서 오는가 했더니 아침 드라마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주인공이 항상 궁지에 몰리고 고민하거나 극적인 장면에서 슬퍼할 때,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다음 날에 그 문제가 풀릴 때까지 걱정하는 마음이 지속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침 드라마는 하나뿐이다. NHK에서 평일 이른 아침 15분씩 방영되는 드라마다. 하루를 시작할 때에 걸맞은 싱그러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하루를 활기차게 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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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극적인 설정이나 전개가 많다. 라이벌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인공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을 보니 실제로 사회에 이런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대물’이나 ‘어셈블리’는 재미있었다. 옛날에는 벌 받지 않고 유유하게 살아갔던 거물들이 요즘에는 명예도 잃고 벌도 받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의 명대사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의 대사도 그렇다. 묵묵히 시련을 극복하는 그는 “모든 것이 지나간다”고 했다. 남편에게 그 말을 했더니 성경에 나오는 말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성경을 읽지 않은 사람도 그 핵심을 생활 속에 흡수하고 살아간다면 좋겠다.

보통 주인공들은 약자다. 가난하고 힘도 없고 그래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이고 주인공을 못살게 하는 상대는 부자고 ‘빽’도 있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악역들은 끝없이 나쁜 짓을 한다. 자기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없이 범죄를 숨기고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협박하고 온갖 나쁜 짓을 하는 거다.

‘내 딸 금사월’의 사월도 인내심 많고 현명한 성격이었다. 부조리하고 황당한 일을 당하면서 이에 맞서고 극복하고 마지막에는 악한 세력을 몰아내고 이긴 후 용서까지 한다. 이런 인생역전의 드라마는 용기를 준다.

일본에서는 사극을 사실에 충실하게 그리는 편이다. 한국은 아이돌 가수나 젊은 인기 배우를 주인공으로 세워 재미있게 그린다. 젊은 사람들이 역사에 흥미를 갖도록 하고 해외에 한국 문화를 역사와 더불어 소개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도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야마토 나데시코’ ‘직장의 신’ ‘공부의 신’ ‘꽃보다 남자’ 등은 한국 상황에 맞게 잘 소화하고 교육, 사랑,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열혈 교사와 제자들 간의 신뢰를 다룬 학원물이 많았다.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재미있고 공감이 가도록 하는 작품,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추리물은 지금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회를 정화시키는 행복한 드라마가 많아질 때 대한민국도 그렇게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와 드라마의 발전을 응원한다.

야마구치 히데코 일본 출신 이주여성공동체 ‘미래 길’ 공동대표


#드라마#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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