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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과학 에세이]감정은 1만6384개, 얼굴 표정은 3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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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과학 에세이]감정은 1만6384개, 얼굴 표정은 35개

김재호 과학평론가입력 2019-01-22 03:00수정 2019-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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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최근 개봉한 영화 ‘글래스’에는 어릴 적 엄마의 학대로 인격 장애를 갖게 된 악당이 등장한다. 악당 역을 맡은 배우(제임스 매커보이)의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는 24개의 다른 자아를 표정만으로 보여준다. 과학은 인간의 감정 표현을 행복, 슬픔, 혐오, 놀람, 분노, 공포 등 6개 기본 범주로 설정해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인식 범위에서 해석될 수 있는 감정 표현이기 때문이다. 물론 매커보이처럼 인간은 6개의 표현 외에 더 특별하고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감성적 표현 컴퓨팅 처리’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이론상 1만6384개(2의 14제곱)의 얼굴 표현 방식을 갖는다고 한다. 얼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14가지 특징을 갖는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진행했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어떤 얼굴 표정이 문화를 초월하여 사용되고 있을까? 감정 표현과 방식들은 얼마만큼 다른 문화권과 소통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고자 감정을 드러내는 821개 영어 단어를 목록화했다. 이 단어들을 스페인어, 러시아어, 페르시아어, 중국어로 번역한 뒤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얼굴 사진들을 탐색했다. 1만 시간의 비디오 프레임들도 뒤졌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 31개국에서 720만 개의 얼굴 표현 이미지를 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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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영어를 포함해 5개 언어별로 100개씩, 총 500개 샘플 이미지를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컴퓨터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일부에 직접 이름을 붙이고 분류해 정확도를 높였다.

결과는 연구진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문화와 지역을 초월해 통용되는 표정은 35개뿐이었던 것이다. 이 표정들은 감정의 호불호와 분류 차원에서 일관성을 보였다. 하지만 각성과 공감의 정도 차원에선 일관적이지 못했다.

반면 이 가운데 단 8개의 표정은 특정 문화권(1, 2개의 언어권)에서만 사용됐다. 이 표정들은 감정의 호불호와 각성 및 공감의 정도 차원에선 일관성을 보였다. 하지만 감정이 분류되는 차원에선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노하는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이해되지만 얼마나 분노했는지 혹은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무뚝뚝한 포커페이스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혹은 얼마나 그런 것인지는 일본인들에게 이해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본심을 파악하긴 어렵다.

보편적인 35개에서 특수한 8개를 빼면 남은 표정은 27개인데, 이는 인간이 27개의 감정을 갖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동일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표현 가능한 1만6384개의 감정 중에서 전 세계 문화권을 통틀어 통용되는 것은 0.05∼0.22%(8∼35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부분의 표정은 고유한 감정을 미묘하게 드러내고 있기에 해석되고 소통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건 이 35개 중 행복만이 다른 감정에 비해 더 많은 얼굴 표현의 가짓수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행복은 환호, 기쁨, 만족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특히 행복한 얼굴 표정은 얼마나 크게 웃는지 혹은 눈가의 주름이 얼마만큼 생기는지에 따라 판가름 났다. 행복은 총 17개 표정으로 압축됐다. 혐오는 단 1개의 주요한 얼굴 표정만 나타났다. 공포를 나타나는 데에는 3개, 놀람은 4개, 슬픔과 분노는 각각 5개의 얼굴 표현이 사용됐다.

즉, 행복감을 드러내는 방식이 다른 감정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행복은 사회적 유대감으로 작용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표정들이 필요하다. 반면 혐오는 단지 혐오만을 나타날 뿐이다.

연구에서 주목할 사실은 이 표현들에 대한 해석의 정확도가 22%부터 89%까지 다양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는 실험실에서 진행된 표정 짓기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생활에서 드러낸 감정과 표현들을 분석했다는 데 있다. 물론 사진과 비디오를 기반으로 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 전 세계 약 77억 명의 미묘한 감정과 표정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더욱 확실한 점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표정은 어떤 식으로든지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중 행복은 인간이 가장 선호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행복은 더욱 규정하기 어렵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글래스#감정#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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