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모 전문기자의 사진동호회 탐방] 장애인 사진동호회 안산 ‘상록수 포커스 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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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상록수센터)에는 장애인들이 방문해도 특별한 이슈거리도, 공통된 주제도 없었다. 장애운동권 소식을 주고받거나 편의시설 부족에 대한 하소연만 늘어놓고 가는, 그야말로 동네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항상 장애인들끼리 불평 불만만 털어놓거나 기껏 사무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분위기로는 우리 장애인의 삶에 아무런 긍정적인 사고도 심어 줄 수 없습니다.”

김선택 상록센터 운영위원(56·지체4급)은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회원 중 몇 사람이 스마트폰이나 콤팩트 카메라로 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진동호회를 만들어 건전한 대화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사진은 내가 중심이 아니라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찾아 간직하는 특성상, 장애인도 자기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보도록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들과 많은 토론을 거쳐 2010년 3월 동호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동호회 명칭은 ‘상록수 포커스 휠’로 정했다. 상록수센터의 ‘상록수’와 사진용어인 ‘포커스’. 휠체어를 뜻하는 ‘휠’을 합친 것. 김 씨가 회장을 맡고 임재수 씨(52세·지체2급)가 총무가 됐다. 지체1급인 최송환(50), 이봉연(67), 윤영실(48), 임영채(48), 조은상(49), 이순홍 씨(63) 등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2016년 1월 현재 회원은 총 25명이며, 정기모임은 한달에 한번. 그때마다 참석하는 회원이 달라지지만 10여명 정도가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초기에는 김용권 안산시 사진작가협회장과 라영수 안산시 ‘은빛 둥지’ 회장이 강의와 출사를 통해 이론과 실기의 기초를 가르쳐 줬다. ‘은빛 둥지’는 어르신 동영상 동호회. 안산시 공무원인 김득성 작가도 자문위원으로 초창기부터 동호회를 도와주고 있다.

한달에 한번은 이론 강의를 통해 카메라기술을 익히고 연 2회 다른 지역으로 출사를 나가고 있다. 먼 곳으로 출사할 때는 안산시와 상록수센터에서 휠체어 전용 차량을 지원해 주고 있다.

첫 출사는 2010년 5월 안산시 노적봉 폭포. 안산시에 조성한 인공폭포와 조각공원, 그리고 성호기념관을 잇는 둘레길이였다. 임재수 회원은 “처음에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무엇을 담아야 할지 두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즐기는 사이에 렌즈 안에 동료들의 자연스런 표정이 들어오고, 한번 두 번 셔터를 누르면서 사진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렌즈로 담아온 영상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물론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싹텄다.

창립회원인 최송환 씨(50)는 “동호회 활동을 하며 느낀 애로사항은 우선 장애인용 전용 카메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DSLR카메라를 들지 못하는 장애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은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요.”

사진을 배우고 6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 카메라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도 생겨났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은 그런 꿈을 실현시켜줄 만큼 녹록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진이 일정한 틀에 갇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재 봉착한 고민이다. 장애인이 렌즈로 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뷰 라인’이 낮기 때문에 항상 피사체를 우러러 보는 듯한 사진이 많다. 회원들은 이런 과제를 극복한다면 사진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상록수 포커스 휠은 장애인사진 동호회이긴 하지만 비장애인도 함께 하는 동호회가 되는 것이 목표다. 멋진 작품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모든 사람과 공감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도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동반자로, 친구로, 동료로 대해 주는 분위기가 더 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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