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의 神品名詩]첨성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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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첨성대 ―신수현(1953∼ )
 
하늘에 오르면 별이 된다? 별무리 사이
꼭 별만큼 반짝이며 눈치 못 챌 만큼
별들의 비밀을 훔치며 다니는 인공위성
 
혹, 지상의 한 부분 담아내도록 입력된 것일까
신호를 기다리듯 끝없이 목마른 까닭이
그리운 이라도 두고 온 듯 하늘 바라본다
 
이따금 걷다가 무릎이나 깨뜨리고
이유 없이 무시로 앓아눕는 것은
아프게 불러들이는 별 하나 때문일지도
 
주어진 일 다 마치면 일 잘했다 받아줄까
사랑하나 가득 차 아무 것도 더 못 가진 몸
저 별들 마주보고 빛나는 그 사랑만큼 높아질까

 
이 땅의 시인 어느 누가 별을 다 노래할 수 있으랴. 이 겨레 처음 태어나기는 북두칠성이 머리 위에 떠 있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근처 마을이었다는데, 그래서 일곱 별을 우러르며 생로병사를 빌었다는데, 세상과 작별할 때에도 칠성판(七星板)을 덮고 간다던데, 별을 손에 쥐고 태어나서 돌아갈 때도 별을 좇아가는 우리 배달겨레의 가슴에 박힌 별을 누가 다 노래하랴.

여기 옛 서라벌 인왕동에 1300여 년을 모진 비바람 천둥벽력에도 돌 하나 끄떡없이 서 있는 ‘경주 첨성대(瞻星臺·국보 31호)’가 천문, 과학, 점성술, 제단 등 그 정체성을 깊이 감춘 채 오늘도 먼 우주의 별들을 우러러 살피고 있다. 삼국유사 ‘선덕왕 지기삼사(善德王 知機三事)’에 ‘시왕대연석축첨성대(是王大鍊石築瞻星臺)’라고 쓰였으나 연대는 미상이고 선덕여왕 때 축성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천문대임을 밝히고 있다.

마니산에 단군이 세웠다는 참성단(塹星壇)에도 성(星)자가 새겨 있고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도 별자리가 그려지고 고구려는 일자(日者), 백제는 일관(日官), 신라는 천문박사(天文博士)가 하늘과 별을 관측한 기록이 있다.

허블망원경이 없이도 별자리를 보며 나라의 길흉을 점치고 기상, 정치, 농사, 전쟁들을 미리 알아볼 수 있었다니 그 예지가 놀랍지 아니한가.

시인은 첨성대에 오르지 않고도 ‘사랑하나 가득 차 아무 것도 더 못 가진 몸/저 별들 마주보고 빛나는 그 사랑만큼 높아질까’ 했으니 이제 알겠네. 별에게 닿는 사랑의 사다리가 첨성대였음을.
 
이근배 시인·신성대 교수
#첨성대#신수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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