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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월·납북작가 해금-대학가곡제, 한국가곡 살찌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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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월·납북작가 해금-대학가곡제, 한국가곡 살찌우다

동아일보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1-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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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
한국가곡의 역사⑤

임형주 팝페라테너
1988년 7월 19일 정부가 단행한 월북·납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금 조치는 당시 우리나라 문화계와 음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최대의 이슈였습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예술의 기본적 권리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에게 되돌려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를 계기로 안기영, 채동선, 김순남, 이건우 등과 같은 한국 가곡계의 대표적 작곡가들의 작품이 오랜만에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다양한 버전의 악보로 출판되고 여러 성악가들의 음반과 공연에서 자유로이 불려짐으로써 오히려 ‘금지 조치’ 이전보다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고 사랑받게 됩니다.
○ 재조명된 ‘산유화’의 작곡가 김순남

그중에서도 특히 ‘산유화’ ‘바다’ ‘자장가’ 등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던 작곡가 김순남의 작품 세계가 ‘7·19 해금 조치’ 이후 많은 음악인의 재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의 음악에는 동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비교해 볼 때 더욱더 강한 역사의식과 민족음악적인 색채, 거기에 일제강점기 일본이 전수했던 전형적 서양음악 양식을 따르지 않으려 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진보적이며 독창적인 작곡 기법을 활용하였던 점 때문이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한국 고유의 민속적인 멜로디라인이 바탕이 되면서도 현대적 감각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세련되고도 탄탄한 화성을 함께 사용했던 점도 김순남이라는 음악가에 대하여 다시 평가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우리 음악계의 새로운 작곡 기법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다시 한번 추앙받으며 오늘날 윤이상과 더불어 한국 음악계의 ‘쇤베르크’, ‘바르토크’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미술계에 백남준이 있었다면 음악계엔 윤이상과 김순남이 존재했던 것이지요.


○ 한국 가곡의 새로운 대중화 ‘MBC 대학가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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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90년대에는 ‘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및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통해 대한민국 ‘KOREA’의 국제화가 한창인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컬러 TV의 보급 등으로 대중예술 분야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던 시기였지요. 그리하여 다소 정적인 한국 가곡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대중음악에 서서히 밀려 위태위태한 시기에 접어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 고마운 지원군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1981년 창설된 ‘MBC 대학가곡제’였습니다. 그 시절 MBC는 국민에게 건전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또한 따라 부르기 쉬운 가곡을 찾아내 널리 알리고 전파하고자 이 대회를 창설하게 된 것이지요.

MBC는 동아일보사와 함께 오랜 기간 한결같이 우리 한국 가곡계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이미 그 시절 매년 ‘MBC 가곡의 밤’을 개최할 만큼 한국 가곡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답니다. ‘MBC 가곡의 밤’은 1971년 9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현재까지 무려 44년이라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공연 역사상 단일 브랜드로는 최장수의 역사를 지닌 특별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였지요. 이 ‘MBC 가곡의 밤’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테너 박인수, 엄정행, 임웅균, 바리톤 박수길, 김성길, 김동규, 소프라노 이규도, 이인숙, 김영미,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등 우리 성악계의 거목이자 국민 성악가로 불리는 많은 유명 성악가들이 더욱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지요.

○ 뜨거운 인기를 얻은 제1회 대상곡 ‘눈’(김효근 작사·작곡)


한편 1981년 11월 21일 서울 숭의음악당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제1회 ‘MBC 대학가곡제’의 대상은 김효근 작사, 작곡의 ‘눈’이 차지하였는데, 이 곡은 현재까지도 많은 성악가들이 애창하는 명가곡 중 한 곡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곡은 마치 꿈결같이 아름답고도 아련한 멜로디와 한편의 동화 같은 서정적인 가사를 지닌 창작 가곡으로서 출전 당시 청년 작곡가 김효근(현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이 작사, 작곡하였고 서울대 성악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메조소프라노 조미경(현 국민대 성악과 교수)이 가창을 맡아 대상을 거머쥐게 되었지요.

당시 이 곡의 대상 수상이 더욱 눈길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작곡가 김효근이 클래식 작곡 전공의 음대생이 아닌 경제학도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쟁쟁한 작곡 전공의 음대생을 경제학과 학생이 제쳤다는 사실이 그 시절 매우 보수적이던 우리 음악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작곡가 김효근의 음악성이 천부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이렇듯 1981년 첫 대회의 성공적 개최 이후 매년 개최된 이 대회는 훗날 세계적 거장이 된 바리톤 고성현, 통일 콘서트라는 친북 성향의 콘서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프라노 신은미, 뮤지컬과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 등이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서 출전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큰 화제를 낳으며 대중에게 다시 한번 한국 가곡의 부흥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MBC 대학가곡제’는 너무 아쉽게도 1990년대 중반 제작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중단되게 됩니다.

임형주 팝페라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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