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배움이 없으면 미래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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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귀하고 영화로운 자리에 있기를 바라기만 하고
명성을 얻는 길이 학문에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徒欲處其身於尊榮 而不知得令名之在於好學
(도욕처기신어존영 이부지득령명지재어호학)

―윤기 ‘무명자집(無名子集)’

옛사람들은 자식이나 후학들에게 배움에 힘쓰라는 글을 많이 남겼다. 이를 ‘권학문(勸學文)’이라 한다. 중국 송나라의 진종(眞宗)은 “집을 부유하게 하려면 좋은 밭을 사지 말라. 책 속에 절로 많은 봉록이 있다”라고 했고, 사마광(司馬光)은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고, 가르치기를 엄하게 하지 않는 것은 스승의 게으름이다”라고 했으며, 주희(朱熹)는 “오늘 배우지 않고서 내일이 있다 말하지 말고, 금년에 배우지 않고서 내년이 있다 말하지 말라”고 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윤기도 공부에 열중하지 않는 아들에게 배움에 힘쓰기를 권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계했다.

“오늘과 내일이 있다는 것만 알고 노쇠함이 쉽게 이르게 됨을 알지 못하며, 노는 것이 즐겁다는 것만 알고 불행이 무궁할 것임을 알지 못하며, 배부르고 따뜻하게 몸이 편한 것만을 취하고 몸 안에 소중한 보물을 간직하지 못하며, … 부귀함으로 이름을 날리기를 바라기만 하고 청운의 길이 부지런히 공부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불쌍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윤기의 자식에 대한 당부는 또 이어졌는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선비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농부도 장인도 상인도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좀벌레처럼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는 사람이 될 것이라 꾸짖으며, “너는 그렇게 되고 싶으냐? 그러고 싶다면 그리 하여라”라는 단호한 말을 전했다. 노력과 배움이 꼭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노력과 배움이 없다면 미래의 모습은 자명하다. 학교에서의 수업만이 공부는 아닐 터,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배워보자. 배움이 바로 즐거움이 될 것이다. 공자의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겠는가”라는 말이 허언이 아닐 것이다.

윤기(尹<·1741∼1826년)는 본관은 파평(坡平), 호는 무명자(無名子)이다. 성호 이익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문과에 급제해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배움#무명자집#권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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