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맞으며/홍지오]공동체를 버티게 해주는 ‘동네 사랑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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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오 한국외국어대 교육공동체연구센터 연구원
홍지오 한국외국어대 교육공동체연구센터 연구원
서울 도심에는 마을공동체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마포구 성산1동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이곳에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2004년 9월 성미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당시 이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어린이집 네 곳이 있었는데, 주민 스스로 학교까지 만든 것이다. 지금은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중고가게인 ‘되살림 가게’, 음식점인 ‘성미산 밥상’, 마을의 ‘작은나무 카페’ 등으로 공동체 공간이 늘어났다. 오늘날 성미산마을은 마을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 마을학교, 협치(協治·거버넌스) 등 지역과 교육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해오던 ‘작은나무 카페’가 임대료 인상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필자는 경기도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연구에 참여하면서 마을공동체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센터, 학생,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볼 때 ‘작은나무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아쉬움이 크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동작구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경기 시흥시 참이슬마을학교, 경기 의정부시 초록우산도서관 등 수많은 공동체 사례들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의 공통점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주민은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을 한다. 카페는 공동체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시흥시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교육청만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도 교육 철학과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 시흥시의 한 간부는 지역에 사람, 시설, 공간, 기관, 외부자원 등을 조사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공간은 많은데 그 안에 중심이 되는 사람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사람이. 그래서 공간도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이 간부의 말이다. 지역에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일까, 정말 공간이 없는 것일까,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의정부시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서는 마을에 가장 필요한 공간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학교를 마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응답이 92.7%로 높게 나왔다. 초록우산은 주민의 요구로 2013년 10월 초록우산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 가면 카페도 있어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 봉사자들이 이 공간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자체와 센터뿐만 아니라 개인도 열린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민 인향봉 씨는 마을 사업을 하는 단체가 입주하면 10년간 현 임대료 수준에서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줄 예정이다. 인 씨는 “돈과 연관된 판단은 미래에 대해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성미산마을의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대표의 말대로 “‘작은나무 카페’가 문을 닫는 것은 주민이 같이 만든 시간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번 일로 공동체에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성미산마을 카페는 마을공동체의 자생력과 생존력이라는 다음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마을공동체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시흥시 간부, 의정부 초록우산의 구성원, 그리고 서울 연남동 주민 인향봉 씨 등은 한목소리로 지역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성미산마을 카페는 8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공동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홍지오 한국외국어대 교육공동체연구센터 연구원
#공동체#동네 사랑방#성미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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