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모 전문기자의 폰카시대]역광에서 살아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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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의 노출 차이가 많을 땐 자리를 옮기거나 플래시를 사용해야 한다.
앞뒤의 노출 차이가 많을 땐 자리를 옮기거나 플래시를 사용해야 한다.
박경모 전문기자
박경모 전문기자
아무리 단순한 기능의 폰카를 쓰더라도 셔터를 누르기 전에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사진작가다. 사진은 빛(photo)으로 만든 그림(graphy)이다. 그러니 빛은 사진의 시작이고 끝이다. 빛이 어디서 오는가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진다.

순광(順光)은 피사체가 정면으로 빛을 받고 있는 상태다. 카메라 뒤에서 빛이 들어오므로 가장 쉽고 확실하게 대상을 복사하듯 촬영할 수 있다. 원래 색깔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고 파란하늘 같은 광대한 풍경이나 인물 사진을 실패 없이 촬영할 수 있다. 단점은 사진의 입체감과 콘트라스트(밝고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역광(逆光)은 피사체의 뒤쪽이 밝은 상태를 말한다. 찍히는 사람은 태양을 등지고 있고, 사진기는 태양을 마주 본다. 이때의 피사체는 약간 어둡지만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생기지 않고, 피사체의 윤곽이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단풍잎이나 꽃잎처럼 반투명의 피사체는 역광을 활용하면 대상의 세부와 윤곽까지 잘 드러낼 수 있다.

전문가들도 어렵게 느끼는 게 역광 사진이다. 노출을 조정할 수 있는 폰카라면 역광일 때 적정 노출에서 한두 단계 더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인물사진을 찍을 땐 플래시를 쓰는 게 좋다. 먼 거리의 풍경사진이라면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 HDR는 노출 차이가 많아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을 노출 부족, 노출 과다, 노출 정상 상태에서 찍은 3장의 사진을 합성해 가장 자연스러운 한 장으로 표현하는 기능이다.

폰카의 작은 렌즈가 역광을 받으면 사진 전체가 뿌옇게 나오거나 빛 번짐(Flare)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노출 조정을 잘못하면 사진을 망치게 된다. 역광에 자신이 없다면 이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뒤 측면에서 들어오는 사광(斜光)이나 반역광(反逆光)을 활용하면 역광에 못지않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광은 역광보다는 다루기가 쉽다. 피사체의 좌우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피사체에 입체감을 더하고 대상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야 할 때가 있듯 사진도 정면으로 들어오는 빛을 피해 방향을 조금 바꾸면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사진의 세계에서 아마추어는 렌즈를 인간의 눈으로 생각하고, 프로는 마음으로 간주한다. 그 결과가 기념사진과 작품사진의 차이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역광#순광#hdr#빛 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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