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손이 시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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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매서울 때쯤이면 떠오르는 동요 ‘겨울바람’의 한 구절이다. ‘꽁, 꽁, 꽁’이 주는 리듬감이 멋스럽다. 한데 노랫말 속의 ‘(손이) 시려워’는 바른말이 아니다. ‘시려워’는 ‘가렵다→가려워, 두렵다→두려워, 어렵다→어려워’처럼 ‘시렵다’를 활용한 것인데, 정작 우리말에는 ‘시렵다’란 단어가 없다.

 표준어는 ‘시리다’이다.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또는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는 뜻이다. 이 ‘시리다’를 활용하면 ‘시려’가 된다. ‘(손이) 시려워요, 시려우면’도 ‘(손이) 시려요, 시리면’으로 써야 옳다.

 ‘시다’란 표현도 있는데, 이는 ‘관절 따위가 삐었을 때처럼 거북하게 저리다’를 뜻한다. ‘일을 많이 했더니 손목이 시다’처럼 쓴다. 재미있는 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을 열심히 해 무릎에 통증이 왔다면 ‘(무릎이) 시리다’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리다’는 ‘차갑거나 찬 기운’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잠을 못 이뤘더니 낮에도 졸립다’고 할 때의 ‘졸립다’도 ‘시렵다’와 닮은꼴이다. 많은 이가 이 낱말을 입길에 올리지만 우리말엔 없다. 표준어는 ‘졸리다’다. 따라서 ‘졸립고’와 ‘졸립지’가 아닌 ‘졸리고’와 ‘졸리지’가 올바른 표현이다.

 뜬금없는 질문 하나. 손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뭘까. 모르긴 몰라도 ‘손모가지’나 ‘손목쟁이’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줄 안다. 그런데 이 중 ‘손목쟁이’는 사전에 없는 표현이다.

 사전은 ‘발’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발모가지’이고, ‘발모가지’와 ‘발목쟁이’는 같은 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손’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손모가지’를 쓸 수 있고, 손모가지와 손목쟁이도 동의어가 돼야 한다.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손목쟁이가 손모가지의 강원지역 사투리로 올라 있다. 언중의 말 씀씀이를 존중해 손목쟁이를 표제어로 삼는 걸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바야흐로 한창 성한 추위, ‘한추위’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춥더라도 서로를 감싸 안는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참, 여기 쓰인 ‘한’은 어떤 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할 때 쓰는, ‘한가락 한다’고 할 때의 ‘한’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시다#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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