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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칼럼]인성교육 모델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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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칼럼]인성교육 모델 이순신

정성희 논설위원 입력 2014-07-29 03:00수정 2014-07-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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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지난주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 시사회를 다녀와 오랜만에 벅찬 감흥을 누를 길이 없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원균의 칠천량해전 대패로 삼도수군은 궤멸되고 남은 것은 판옥선 12척뿐이었다. 일본 함선은 대형선인 안택선과 중소형 전선을 합쳐 무려 400여 척에 이르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은 지형과 조류 등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세계 해전사(海戰史)에 남을 승리를 거두었다.

맬컴 글래드웰은 근작 ‘다윗과 골리앗’에서 다윗이 돌팔매 하나로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다윗이 ‘게임의 룰’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성경 속 골리앗은 다윗에게 ‘내게로 오라’고 말한다. 다윗은 골리앗이 제시한 근접전이라는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지 않고 멀리서 돌팔매질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택했다. 명량대첩이 이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세월호 참사가 겹쳐져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명량’ 촬영을 작년 7월 끝내고도 지금껏 개봉하지 못한 이유가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해상 및 수중 장면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명량의 다른 이름이 울돌목이다. 물살이 시속 24km나 되는 울돌목은 아시아에서 물살이 가장 세다. 울돌목에 이어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른 곳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맹골수도다. 양측의 거리는 30km밖에 되지 않는다. 울돌목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과 선조들에게 후손들은 얼굴을 들 수 없다.

‘이순신 전도사’로 유명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순신 장군은 공직자의 사표, 뛰어난 지략가이지만 무엇보다 정돈된 인격을 가진 ‘완벽한 인간’이라고 평가한다. 김 전 재판관은 이순신의 인간됨에 반해 평생 이순신만 연구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완벽한 인간에게도 어찌 허점이 없을까 싶어 이순신의 허점 찾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있는 허물을 감추어야 할 이유가 없듯, 없는 허물을 만들어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충성심, 희생정신, 지혜, 겸손, 규율, 효심, 가족애 등 장군이 가진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결집체가 바로 그의 인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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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결국 교육에 의해 길러진다. ‘남을 밟고 일어서라’는 사회 분위기, 존중과 배려가 실종된 교육 시스템에서는 무책임과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 같은 인간만 양산해낼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인성이 피폐해진 이유가 경쟁교육 때문이며 경쟁교육만 없애면 인성은 회복될 것이라고 하는데 어느 시대에도 경쟁은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순신은 31세라는 늦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하고 원균과의 경쟁에서도 패퇴해 곤욕을 치른다. 어찌 보면 그는 경쟁의 낙오자였다. 마비된 인성의 원인을 입시경쟁에서만 찾아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국가 대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두고 논의가 한창이지만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가정 학교 미디어가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세칭 ‘이준석 방지법’이라고 하는 인성교육진흥법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순신 열풍이 불고 있다. 왜 지금 이순신인가. 명량에서 이순신에게 당한 일본 수군은 장군의 고향인 충청도 아산에 찾아가 쑥대밭을 만들고 이 와중에 장군의 막내아들이 죽는다. 그런데도 선조는 명량대첩에서 믿기지 않는 승전고를 울린 이순신에게 “소소한 적을 잡은 데 불과하다”며 포상하지 않았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어쩜 그대로인지 신기할 정도다. 이런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순신에게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순신을 세월호 이후 국가 대혁신의 모델로 삼을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명량#이순신#세월호 참사#김종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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