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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칼럼]원조 복지국가의 이유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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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칼럼]원조 복지국가의 이유있는 변신

정성희기자 입력 2014-04-22 03:00수정 2014-07-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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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무상의료체계(NHS) 테마의 공연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320개의 침대와 함께 등장한 간호사 복장의 무용수 600명이 영국이 자랑하는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의 약자인 ‘GOSH’라는 대형 글자를 만들어 보였다. 무용수들은 모두 NHS 여직원이었다니 NHS가 얼마나 큰 조직인가 짐작할 수 있다. 공연은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국인이 NHS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지난주 런던 NHS 본부에서 영국 복지의 현주소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모토로 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따라 1948년 설립된 NHS는 직원 수만 140만 명인 세계 최대 공공기관이다. 매주 300만 명이 NHS 산하 10만여 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어떻게 이런 의료체계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은 NHS 운영 원칙을 보고 곧 풀렸다. “NHS는 지불 능력이 아니라 임상적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짐 폴스 NHS 보건정책전략국 부국장) 중병에 걸린 사람은 외국에서 최고의 의사를 모셔와서라도 반드시 치료하지만 웬만큼 아프지 않고선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치료 받으려다 늙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NHS도 재정위기 앞에 위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 해 정부 예산의 19%인 1370억 파운드(약 240조 원)를 NHS에 쏟아 붓다 보니 영국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비용 증가의 주요인이다. 보수당 연정을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연금, 복지와 함께 NHS를 3대 핵심개혁 과제로 잡은 이유다. 지방정부의 건강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비만 흡연 당뇨 등을 예방해 병원에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NHS의 중요한 개혁 방향이다.

NHS와 함께 캐머런 정부의 중요한 복지 개혁안이 기초국민연금 지급연령 조정과 통합형 복지급여인 유니버설 크레디트(UC)다. 남자의 경우 65세인 기초국민연금 수급연령을 2020년부터 66세, 2026∼28년 67세로, 여자는 60세 내외인 수급연령을 2018년 65세, 2020년엔 66세로 늦추도록 했다. 우리는 기초연금을 도입하며 수급대상자 비율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수급 개시연령을 늦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UC는 실업수당 주거급여 등 개별급여를 하나로 통합한 제도이지만 재정 감축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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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복지개혁의 방향은 한마디로 ‘일하도록 하는 복지(Welfare to work)’다. 대표 정책이 민간회사를 통한 일자리 제공이다. 영국 정부는 일자리와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잡센터플러스(The Jobcenter Plus)를 운영하지만 민간회사를 통한 일자리 알선도 병행한다. 정부는 실업수당 명부를 직업 알선회사에 제공하고, 회사가 실업자에게 취직을 시켜 고용을 6개월간 유지시키면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런 회사가 런던에만 3개, 전국에 39개나 있다. 직업 알선회사를 경쟁시키는 것은 영국이 실업수당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가를 잘 보여준다.

영국은 지난 20년 가운데 3개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0%대에서 두 배로 급증했다. 자칫하면 남유럽처럼 고꾸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과다복지를 줄이려는 영국, 과소복지를 늘리려는 한국은 처한 여건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나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이며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만은 똑같았다. ―런던에서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무상의료체계#NHS#런던#재정위기#복지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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