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영화와 밥의 상관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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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박희창 경제부 기자
간단한 질문입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은 영화를 보러 갈 계획입니다. 어떤 영화인지는 상관없습니다. 누구랑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잠시 미뤄 두지요. 단지 영화를 보러 가고, 밥도 먹어야 합니다. 이때 당신은 밥을 먼저 먹을 건가요, 아니면 영화를 먼저 볼 건가요. 함께 일하는 모 후배처럼 “상대방한테 물어봐요.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게 편한지,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 게 나은지”라는 답은 선택지에 없습니다.

결정하기 어렵다면 작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다수설은 ‘영화 먼저’파입니다. 그들은 “밥을 먼저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졸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잠들어 버리면 돈이 아깝다는 것이지요. “영화 상영시간에 맞추다 보면 밥을 급하게 먹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보면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를 대기도 합니다. 밥 먹을 때 함께 본 영화 이야기를 하면 시간이 잘 가는 건 덤이라고 하네요. 남을 배려해 다수설에 선 분들도 있습니다. “옷에 냄새가 많이 배는 음식을 먹고 극장에 들어가면 옆에 앉는 사람들에게 민폐다.”

소수설은 ‘밥 먼저’파입니다. 주로 내세우는 이유는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배고프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짜증만 난다”고 말합니다. 밥을 먼저 먹으면 배가 든든해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된다고도 주장합니다. 실속파들이기도 하지요. 디저트를 먹는 데 또 돈을 쓸 필요 없이 팝콘이면 디저트까지 완성된다는 겁니다. 영화 관람엔 팝콘이 빠지기 어려운데 영화를 나중에 보면 식후 디저트까지 챙겨 먹는 사치를 누릴 수 있다고 하네요. 이들은 직장인의 고단한 현실을 언급하며 감성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밥 먼저! 퇴근하고 영화 보면 식당 문 닫는 시간이라….”

두 파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 먼저파가 다수설일까요. 실제 데이터 조사에서 영화 먼저파가 더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신한카드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FIND 빅데이터-영화 vs 밥’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10∼12월 휴일 동안 같은 날 영화를 보고 밥을 먹은 52만 명의 카드 결제 내역(영화는 영화관 현장 결제만 포함)을 분석해 보니 영화 먼저파가 59%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밥 먼저파는 41%였지요. 앞에서 소개한 각 파 지지자들의 의견도 댓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몇 가지를 더 알려 드리겠습니다. 각 파 안에서도 나이에 따라 또 세력이 갈라집니다. 영화 먼저파 중에서도 40대는 주로 오전에 영화를 보고 점심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20대들은 오후에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습니다. 40대는 오전 9시에 영화 표를 끊은 경우가 약 10%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대는 오후 2시가 10%를 넘으며 제일 많았습니다. 밥을 먹고 결제를 한 시간을 살펴봐도 40대의 약 10%가 오후 1시에 식당에서 카드를 긁었고, 20대는 13% 정도가 오후 7시에 결제를 했습니다.

밥 먼저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대의 경우 오후 1시 이후부터 영화 표를 결제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다가 오후 7시에 정점을 찍습니다. 반면 40대는 오후 1시, 오후 8시가 피크 시간대죠.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20대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40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 40대들은 식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특징을 보입니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당에서 카드를 긁은 경우가 약 39%에 이릅니다.

이제 선택을 하셨나요. 전 영화 먼저파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영화를 보며 조금씩 집어 먹는 팝콘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밥을 먼저 먹으면 아무래도 팝콘의 맛이 떨어지더군요.

이런 이야기들을 선후배 몇 명에게 했습니다. 한 명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봐. 그럼 밥 먹고 영화 보고 또 밥 먹지 않겠어?” 네, 맞습니다. ‘외식-영화-외식’ 또는 ‘영화-외식-영화’로 중복되는 경우는 전체 조사 대상의 20%를 차지하지만 이번 분석에선 제외했다고 합니다. 행복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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