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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말이 통하는 ‘아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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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말이 통하는 ‘아재’의 조건

박창규 사회부 기자 입력 2016-01-22 03:00수정 2016-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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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주년을 맞은 god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재’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동아일보DB
박창규 사회부 기자
노래 가사 이어붙이기 퀴즈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음에 들어갈 가사는 무엇일까요?

만약 ‘다 사랑스러워’를 떠올렸다면 30대고요. ‘핫이슈’를 생각했다면 20대라고 하네요. 댄스그룹 터보 출신 가수 김종국이 2005년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스러워’와 2009년 데뷔한 걸그룹 포미닛의 싱글 앨범 ‘Hot Issue’ 가운데 어떤 곡을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 세대가 갈라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10대는? ‘오로나민C’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 방송을 탄 건강음료 오로나민C CM송에 나온답니다.


다소 싱거워 보이는 이 질문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언급되는 ‘아재 테스트’ 중 하나입니다. 어떤 질문에 무엇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세대를 파악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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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예로 ‘붉은 노을’과 ‘열정’은 각각 누구의 노래인가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이문세와 혜은이라고 답했다면 40대 이상, 빅뱅과 코요태를 꼽았다면 30대 이하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더 어려운 판별법도 올라옵니다. 1980, 90년대 유행했던 만화영화 주인공을 모아 놓고 얼마나 아는지를 묻거나 과거 인기 있던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 제목을 묻는 글도 SNS나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합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본래 아재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재 테스트나 판별법 등이 오르내리면서 아재라는 단어도 아저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입니다.

왜 아재일까요.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복고 문화가 아재의 유행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각종 매체에서 1990년대 스타나 패션이 자주 소개되면서 당시의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H.O.T.나 젝스키스, god, 핑클처럼 1990년대 등장한 ‘1세대 아이돌’은 일부 멤버를 제외하고 아직도 건재합니다. TV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당시 노래도 자주 부릅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들에게 느끼는 감정이겠지요. 당시엔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신비로운 존재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오래된 친구처럼 애틋한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최근에는 아재 테스트를 차용한 TV 프로그램까지 나왔습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노래를 들려주고 세대별로 그 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한때 노래방에 갈 때마다 목이 찢어져라 불렀던 ‘소원’의 김현성과 ‘나만의 슬픔’의 김돈규가 출연한 모습을 보고 뭉클한 감정까지 느꼈습니다.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소품과 사건사고도 아재 테스트의 소재로 자주 활용됐습니다. 덕선이네 집에서 쓰던 석유곤로의 존재부터 ‘한 봉지 더’를 뽑기 위해 사먹었던 과자, 서울 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한 벤 존슨 이야기까지.

젊은이들은 본래 ‘꼰대’라는 말을 종종 썼습니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 “우리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과도하게 젊은이들을 꾸짖을 때 자주 쓰던 말이었지요.

그런데 일부 어른들은 젊은 세대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세대 차이를 줄이려 노력하지요. 젊은이들이 이러한 어른들의 노력에 화답하며 꼰대라는 부정적 표현 대신 아재라는 단어를 들고 나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아재라고 구분 짓기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예컨대 팀 회식 때면 노래방에서 “선배를 위한 노래”라며 꼭 혜은이의 ‘열정’을 불러주는 후배를 볼 때지요. 요즘 이슈가 된 쯔위가 속한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도 구별할 줄 알고 러블리즈 멤버 이름도 다 외우는 30대인데 말입니다.

물론 옛날 사람처럼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며 10, 20대의 취향에 맞추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를 이해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니까요.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아재#god#지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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