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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동물은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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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동물은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입력 2016-01-15 03:00수정 2016-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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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받거나 불쾌할 수 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보시겠어요?’

지난주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경고가 붙은 게시물 하나가 돌아다녔습니다. ‘이건 뭐지’ 하고 중얼거리며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지요.

화면 한 가득 하얀 몸뚱어리가 등장했습니다. 갈매기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한 남성의 손아귀에 모가지와 날개가 잡혀 옴짝달싹 못했죠. 웅웅거리는 뱃소리를 비집고 두 이탈리아 남성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제가 유일하게 알아들은 단어는 ‘가미카제’였습니다. 가미카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자살 비행을 감행한 일본군 특공대입니다. 이런…. 갈매기의 목엔 배터리 모양을 한 검정 폭발물이 테이프로 친친 감겨 있었습니다.


이후 장면들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이들은 폭발물에 불을 붙이곤 갈매기를 풀어줬습니다. 새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늘로 날아갔지만 그로부터 몇 초 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터진 갈매기의 잔해가 바다 위로 떨어졌습니다. 낄낄대는 남성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54초 분량의 동영상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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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14일 기준 조회수가 38만5000여 회, 공유는 4700여 회가 넘었습니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범인은 사르데냐 섬의 두 어부로 밝혀졌습니다. 동물학대 혐의로 이들을 체포한 경찰의 한 동료가 3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동영상을 올렸고 곧 트위터, 블로그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져나갔지요.

누리꾼들은 분노했습니다. ‘미친 세상’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어부도 바다에 빠져 죽고 갈매기 밥이나 돼라’ 등 격앙된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럽다’는 내용도 여럿 보였습니다. 저 또한 누리꾼들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다 순간 어느 댓글 하나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페북에 저딴 걸 왜 올려. 생각이 있는 건지 참….’ 생각해보니 그동안 온라인에서 동물을 괴롭히는 영상을 접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엔 잠자는 길고양이를 들어올려 장난치는 카자흐스탄 남성의 동영상을 봤습니다. 몇 년 전 달리는 자동차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개의 영상을 보고 분개했던 기억도 되살아났습니다.

이런 끔찍한 영상은 대체 무슨 이유로 올려대는 걸까요. 그리고 왜 수십만 명이 공유하며 퍼뜨리는 걸까요. 동물학대를 고발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강아지에게 소주를 먹이고 비틀대는 영상을 올리곤 ‘ㅋㅋㅋ’를 연발한 제목을 달고, 들판을 거닐던 개에게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영상을 공유하며 ‘대박’ 같은 문구를 덧붙이곤 합니다. 올리는 사람은 장난이라고 하지만 모르고 보는 사람은 섬뜩합니다.

이번에 가미카제 갈매기 영상을 올린 이탈리아 남성도 무서워 보입니다. 게시물을 첨부하며 스마일 이모티콘을 잔뜩 올렸더군요. 자기 친구가 범인을 붙잡은 걸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의 지인들은 ‘좋아요’를 수십 번 누르고, ‘브라보’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갈매기에 폭탄을 장착해 날려버린 사람이나, 이 영상을 구해서 페이스북에 전체공개로 올리며 좋아하는 사람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동물을 ‘살아있는 장난감’ 취급하는 사람들, 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 며칠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자료도 더 구체적으로 통계화한다고 합니다. 콜롬비아도 지난주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법안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를 학대한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동물학대 영상물을 판매, 전시, 전달, 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한 사람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동물도 인간처럼 숨을 쉬는 생명체입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동물에게 험한 장난을 치고 동영상을 올리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


#갈매기#동물학대#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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