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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덕후들의 은인 ‘심타쿠’ 심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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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덕후들의 은인 ‘심타쿠’ 심형탁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입력 2015-11-06 03:00수정 2015-11-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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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탁 덕분에 수능 보는 고3은 이제 조심해야 할 노래가 암요맨 암요맨 그대여(SS501의 ‘U R Man’),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라민씨∼(‘오로나민C’ CF 삽입곡)…뿐만 아니라 옴양뾰지 빼헤 뚜찌빠찌 뚜찌빠찌뽀찌 하나 추가되었습니다.”(@StudioAr***)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은연중 떠올라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흐린다는 일명 ‘고3 수험생 금지곡’. 안타깝게도 201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수험생들에게 요상한 노랫말을 지닌 금지곡이 하나 보태졌습니다. 그 노래는 이름하여 ‘뚜찌빠찌뽀찌 송.’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퍼 날라지는 중이랍니다.

발단은 배우 심형탁 씨(37·사진). 그간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단역을 주로 맡아온 그는 얼마 전 무한도전 ‘바보전쟁 순수의 시대’ 특집에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으로 출연해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장기자랑 시간에 다른 출연자들은 테크노 음악에 맞춰 복고 댄스를 선보였지만, 심 씨는 달랐습니다. ‘몰리카노 마체라로젠보 보케라도파치 오페라도피 마키….’ 무반주의 고요함 속에서 정체 모를 가사를 읊던 그는, 곧 무릎을 굽히고 두 팔을 좌우로 팔딱팔딱 휘두르며 노래를 이어갑니다. ‘옴양뾰지 빼헤 삐뾰까 뻬해 뚜찌빠찌 뚜찌빠찌뽀찌….’


모두를 경악하게 한 이 노래는 바로 심 씨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의 사운드트랙. 노란색 외계인 미니언들이 불렀던 곡이었습니다. 외계어를 몇 번이나 듣고 또 들으며 한글로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이 방송이 나간 지 보름이 넘었는데도 그의 동영상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날 뻔했다’ ‘우울할 때 보면 좋을 듯’ 등의 멘트와 함께 SNS에 꾸준히 업로드 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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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이사람, 정체가 뭘까요. 키 182cm에 근육질 몸, 꽃미남 외모를 지닌 그가… 게다가 낼모레 마흔인 어른이 애니메이션 덕후(오타쿠)라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덕후’들의 그 소심하고 폐쇄적인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사실 심 씨는 지난해 이미 도라에몽으로 애니메이션계에 ‘덕밍아웃(‘덕후’와 ‘커밍아웃’이 합성된 신조어)’ 한 바 있습니다. ‘나 혼자 산다’(MBC) ‘썸남썸녀’(SBS)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그의 집은 도라에몽 피겨, 로봇, 침대, 시계 등 ‘도라에몽 천국’이었습니다. 미래에 태어날 도라에몽 탄생일(2112년 9월 3일)은 물론 매회 에피소드까지 꿰고 있는 심 씨. 요즘에도 도라에몽에 둘러싸인 본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합니다.

사연을 들여다보면 이해 못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심 씨에게도 덕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고교시절 왕따를 당했다는 그는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때 자기처럼 왕따를 당하는 만화 캐릭터 ‘진구’를 옆에서 도와주는 도라에몽을 보고 ‘도라에몽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며 애착을 갖게 됐답니다.

피겨 등 각종 애니메이션 제품을 수집한 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이후부터 가능했습니다. 그는 빚을 지게 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모델 알바부터 온갖 단역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요즘에도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 트럭에 올라타는 효자이기도 합니다. 심 씨를 신기해하던 누리꾼들은 미니언즈 노래 영상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된 이런 과거 자료들까지 스크랩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잘생긴 연예인인 줄만 알았는데 마음도 착하네”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말 괜찮은 형”이라며 칭찬이 자자합니다.

심 씨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자 숨어있던 덕후들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트위터, 블로그 등 SNS에선 “성인이 애니 좋아하면 ‘오덕(오타쿠)’이라고 핀잔받지만 심형탁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어서 놀랐다” “심형탁의 인기몰이에 오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개선돼 좋다”고들 합니다. “심형탁의 뚜찌빠찌∼ 듣자마자 알아차린 나란 사람”이라며 덩달아 덕밍아웃을 하는 사람도 여럿 보입니다.

SNS는 때론 한 사람을 무섭게 생매장시키기도 하지만 ‘공감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심 씨의 사연이 공감을 얻으며 그가 ‘덕후계의 은인’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이죠. 다만 미니언즈 곡을 널리 퍼뜨린 죄(?)는…. 심 씨가 수험생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
#덕후#심타쿠#심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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