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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청년들만 비난말고… 니가 가라 中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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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청년들만 비난말고… 니가 가라 中企에”

조동주 사회부 기자 입력 2015-10-09 03:00수정 2015-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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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 원어치 자재를 살린 공로로 우수사원상과 포상금 10만 원 받았다. 이게 현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 중인 중소기업 시리즈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는 이유’라는 글에 나오는 품질과장의 한탄이다. 중소기업인 회사가 대기업에 납품할 자재를 가공하는 일을 무리하게 맡았다가 자칫 자재를 모두 버려야 할 위기에 놓였다. 품질과장이 3개월간의 연구 끝에 9000만 원어치의 자재 가공에 성공한 후 포상금으로 1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정말 중소기업은 저러냐”, “연봉도 적은데 포상금 100만 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비슷한 경험 있는데 난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는 댓글을 쏟아 냈다.


이 시리즈는 ‘○○텍’이라는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비타시대’라는 누리꾼이 만화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8일 현재 26편까지 나왔다. SNS에서 매회 수백, 수천 개의 공감을 얻을 만큼 인기가 높다. 납품 업체인 중소기업에서 생산-품질-개발-영업-경영지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책임 떠넘기기, 부서 이기주의, 사내 파벌, ‘가족경영’의 폐해, 업체 대표와 직원 간의 연봉 협상 등을 생생히 보여 줘 직장인에겐 공감을, 취업 준비생에겐 공포를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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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경영진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원가절감을 외치는 사장이 법인 리스로 고급 외제차를 새로 마련한 데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진화에 나섰다. 사장은 “회사 대표인 내가 국산 중형차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검소하게 볼 것 같겠지만, 내가 국산 중형차 타면 외제 차나 국산 대형 세단만 타는 거래처와 고객사 사장들은 내가 지독한 구두쇠라고 여겨 거래를 안 할 것”이라며 “사장인 내가 자네들 월급보다 2∼3배밖에 못 받고 그 정도 수준으로 살면 자네들부터 이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달랜다. 얼핏 들어 보면 그럴듯한 말에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장은 출근하지도 않는 부인, 아들, 사촌, 팔촌을 회사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빼돌리거나, 재하청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고 외주 업체에서 리베이트 받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경영지원을 담당한다는 한 누리꾼은 “순진한 직원들 꼬셔서 회사에 충성하게 만드는 게 훌륭한 중소기업 오너”라며 “실제 대다수 중소기업 이름이 ‘○○텍’ ‘○○테크’ ‘○○인터내셔널’ 이런 식인데 회사 이름이나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라 소름 돋았다”고 적었다.

직원들 격려한다며 금요일에 회식을 잡고 무한 리필 삼겹살 집에 데려간 뒤 “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생색내는 사장, 반품 들어온 제품에 사포질만 하고 새 박스에 포장해 마치 새 제품인 양 다시 납품하는 후진적 관행을 다룬 에피소드 등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들은 “무조건 대기업에 가라”며 각자 경험담을 댓글로 쏟아 냈다. “‘지금은 연봉이 낮지만 잘하면 팍팍 올려 줄게’라고 하지만 정작 잘한다는 기준이 없다”, “‘우리 회사 직원은 모두 일당백’이라는 말은 혼자 온갖 역경을 알아서 헤쳐 나가라는 뜻”, “‘우리 회사에서 1년 일하면 다른 데서 3년 일한 거랑 마찬가지’라는 건 세 명이 할 일을 혼자 하라는 것”이라는 식이다. 야근이 너무 많아 회사 재활용 쓰레기통에 자양강장제 병이나 카페인 에너지 음료 캔이 잔뜩 쌓여 있거나, 실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직원이 서류상 수두룩하게 등록돼 있는 점도 중소기업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 시리즈의 글쓴이가 스스로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밝혔으니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대부분 실제 경험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시리즈를 정독한 기성세대라면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엔 눈길을 주지 않고 대기업에만 올인하는 세태를 두고 ‘쓸데없이 눈만 높다’고 탓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누리꾼들은 “어른들은 일단 중소기업에서부터 일을 배우라는데 이런 현실을 보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성토했다.

극소수 대기업에는 정원의 수백 배 인파가 몰려 바늘구멍에 낙타 지나가는 것만큼 입사가 어렵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역설이 어느새 상식인 양 고착돼 버렸다. 젊은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가 될 회사 상사들의 삶을 보면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라는 다짐만 되새길 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한다. 정부가 취업난이 심화되자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하며 창조경제론을 펼치는데, 중소기업에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의 모순을 해소해 주는 게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

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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