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김범석]창조버터칩? 카피버터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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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케틀칩’입니다. 케틀칩은 중견 제과업체 ‘코스모스제과’가 최근 새로 내놓은 감자칩입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꿩 대신 닭’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최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케틀칩은 총 3가지 맛으로 나왔고 그중 ‘허니앤버터맛’이 그 대상입니다. 노란색의 겉 봉지 디자인, ‘허니’와 ‘버터’를 제목에 언급한 점, 꿀 사진을 넣은 점 등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입니다. “허니버터칩인 줄 알고 샀더니 아니었다”며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꿩’을 구하기 힘드니 ‘닭’이라도 먹자”며 케틀칩으로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누리꾼도 적지 않습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2월 26일 코스모스제과에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경고장에는 ‘케틀칩-허니앤버터맛’이 ‘허니버터칩’과 유사해 오인될 소지가 있어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 회수 및 금지, 디자인 변경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코스모스제과 측은 “해태제과 측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며 “제품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4개월 만에 200억 원의 매출(지난해 12월 28일 기준)을 올렸습니다. 흔히 국내 제과업계에서 히트작의 기준을 월 매출 10억 원 혹은 연간 매출 200억 원으로 보는데 허니버터칩은 4개월 만에 그것을 이룬 셈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고 SNS 등 온라인에서는 허니버터칩 한 봉지가 정가(1500원)보다 몇 배로 비싸게 팔릴 정도입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 ‘미 투(me, too)’ 제품입니다. 제과업계의 ‘미 투’ 제품은 아예 ‘전략’이라 불릴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자일리톨 껌, 스틱 형태의 감자 스낵,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초콜릿 등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제품 하나가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깁니다. 무엇이 원조인지 모를 정도로 말입니다.

이는 최근 국내 제과업계가 때아닌 ‘단맛 감자칩’ 혹은 ‘꿀을 바른 과자’ 풍년을 맞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케틀칩 외에도 농심이 지난해 12월 17일 내놓은 ‘수미칩-허니머스타드’나 오리온이 지난해 8월 내놓은 ‘포카칩-스윗치즈맛’도 SNS에서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제품’이라고 불립니다. ‘허니버터칩과 맛을 비교해 보니 어떻더라’ ‘제품 특징은 무엇이더라’ 등의 반응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다 보니 유사품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및 대형마트의 스낵 판매량에서 수미칩-허니머스타드와 포카칩-스윗치즈맛이 ‘원조’를 누르고 1,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NS에서는 ‘씁쓸하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비판 의견도 있었지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글을 자세히 봤더니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꿩 대신 닭을 팔아도 잘만 팔면 그만 아니겠냐’는 생각, 업체들이 하루 이틀 가진 것도 아닌데요 뭘… 새삼스럽게 왜 그러세요?”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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