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딸바보’ 캐나다, ‘철학자’ 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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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일까. 야후닷컴(www.yahoo.com)의 ‘묻고 답하기’ 코너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야후는 국가별로 각각의 야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이탈리아 야후는 이탈리아어로, 스페인 야후는 스페인어로 나온다. 언어는 달라도 전체적인 홈페이지의 구성은 비슷하다. 공통적인 ‘묻고 답하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처럼 한 명이 질문을 올리면 여러 사람이 답글을 올릴 수 있다. 답글이 많거나 호응도가 높았던 질문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국가별로 어떻게 다를까?

영국인들이 1위로 꼽은 질문은 ‘당신의 애완동물이 가장 웃긴 장면을 연출했던 때는 언제였나요’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영상이나 음악의 불법복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스페인에서는 ‘불법 음원 복제와 직접 음반이나 영상을 사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어 ‘마약 퇴치에 벌금과 교육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가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았다.

캐나다 야후 사이트에서는 딸을 아끼는 아빠들의 한숨 섞인 질문이 1위를 차지했다. ‘딸들이 안전하고 상처받지 않게 남자와 교제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딸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언제부터 남자와 밤에 외출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종 경험담이 쏟아졌다. 어느 날 딸이 “아빠, 어쩌죠? 저 임신했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아빠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도는 국가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철학적인 질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당신 삶 속에서 기도의 힘을 체험했던 때는 언제였나요’, ‘테러로부터 우리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모여 살게 하는 걸까요’란 질문을 두고 많은 누리꾼이 의견을 교환했다.

이탈리아와 멕시코는 화끈했다.

이탈리아 야후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질문은 ‘남성 음경의 면적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외설적인 질문 같아 보이지만, 답글에는 수학 좀 한다는 사람들이 회전 포물선, 실린더, 원통, 반구의 개념을 총동원하며 수식(數式)의 향연을 벌였다. 멕시코에선 ‘어떻게 하는 게 키스를 잘하는 거냐’라는 질문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때로는 국가 차원의 심각한 문제가 논의되기도 한다.

미국 야후 사이트에서는 7년 전 당시 상원의원이던 힐러리 클린턴의 질문에 달린 3만8089개의 답글 기록이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미국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일반인들이 낼 수 있을 만한 비용으로 병원에 갈 수 있게 해 달라”며 치료 비용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야후 사이트가 유일하게 맥을 못 추고 떠난 나라가 한국과 중국이다.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네이버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야후코리아는 지난해 12월 31일 문을 닫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인터넷에 올리는 질문들은 시시하거나 쓰레기 정보일 것이라는 편견은 이제 버리시라.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마음을 열고 읽어 본다면, 표와 돈이 될 만한 사람들의 ‘생각’은 오늘도 가상공간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노지현 오피니언팀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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