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SNS로 흥한 자, SNS로 망할지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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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축구선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친한 사람들끼리만 볼 수 있는 페이스북 비밀 계정에 쓴 글이 논란이 되어 결국 축구협회에서 엄중 경고를 받았다. 기 선수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곤욕을 치르는 이들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축구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의 선수 조이 바튼은 4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경쟁 팀(‘파리 생제르맹’)의 브라질 출신 수비수를 향해 “뚱뚱한 여장 남자”라고 트위터에 적었다가 프랑스 프로축구윤리위원회에서 두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 지난달 미국 야구선수 이언 스튜어트는 트위터에 자신을 메이저리그에 올려주지 않는다며 시카고 컵스 구단과 데일 스웨임 감독을 비난했다가 구단에서 방출되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SNS 설화(舌禍)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휘발성이 큰 SNS 특성상 금방 문제가 됐다가도 곧 사그라지지만 후유증이 큰 경우도 많다. 걸그룹 ‘티아라’가 대표적. 지난해 7월 멤버들이 한 멤버를 겨냥해 ‘의지가 없다’며 힐난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드라마에 출연한 멤버들이 팬들의 항의로 하차하고 음반 인기도 예전만 같지 못한 상황. 이번 달로 예정되어 있는 일본 부도칸 콘서트도 흥행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롭게 영입한 멤버 ‘아름’이 10일 탈퇴 선언을 하자 “아름이까지 따돌렸던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 SNS상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비난도 조심해야 한다. 3일 소설가 공지영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여자 연예인들의 경쟁적 노출, 성형 등을 보고 있으면 여자들의 구직난이 바로 떠오른다. 먹고살 길이 정말 없는 듯하다.ㅜㅜ”라는 글을 남기자 ‘클라라’의 표적이 됐다. 클라라는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공 씨의 글을 읽고 내 가슴이) 뜨끔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게 있어 ‘관심’은 곧 직장인 월급과 같고, 무관심은 퇴직을 의미해요” “월급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것. 하지만 월급이 삶의 목표가 아니듯, 제 목표도 관심이 아니에요.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것이에요”라고 답했다.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던 클라라는 5월 야구경기 시구 당시 몸에 붙는 줄무늬 레깅스를 입고 나와 누리꾼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바 있다. 트위터는 일단 전송하는 순간, 더이상 혼자만의 일기장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격과 반응을 필연적으로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SNS로 곤욕을 치르는 유명인이 많다 보니 꼭 하고 싶다면 ①무조건 좋은 말만 한다(누군가를 비난하면 꼭 풍파가 일어난다). ②논란이 있는 주제(특히 정치 문제)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③사진을 올리기 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④비싼 물건이나 집은 공개하지 않는다(평등주의가 강한 국내 누리꾼 정서상 부르주아 비호감으로 전락한다).

요즘 연예계 ‘SNS 최고수’는 유재석과 이승기로 통한다. 왜냐고? SNS를 하지 않으니까.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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