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종말은 없었다, 새로운 시간이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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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미국 인터넷 유머 사이트(9gag.com)에 한 누리꾼이 올린 ‘지구가 멸망하기 2초 전’이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지구로 떨어지는 불붙은 거대한 운석을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아, 나도 지구 종말의 순간에 저렇게 찍고 있을 것 같아”, “마지막 순간까지 휴대전화를 손에서 못 놓다니…”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 사진은 가장 긴박한 순간에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명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미 지나 버렸지만 2012년 12월은 그 어느 해보다 각종 ‘종말설’로 몸살을 앓았다. 종말의 해를 그린 영화 ‘2012’(2009년 상영)는 잭슨 커티스(존 큐잭 분)가 지진, 화산 폭발, 해일 등으로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에서는 소수의 부호만 노아의 방주처럼 미리 마련된 피난처(함선)에 들어간다.

인터넷에서는 또 “미국 금융가인 월가에서 쓰는 주식·경기 예측 프로그램 웹봇(web과 robot의 합성어)이 2012년 이후를 예측하지 못하고 모든 숫자를 0으로 표기했다”라는 괴소문이 돌기도 했다. 웹봇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고 입력한 키워드를 추적해 미래 예측을 하는데 2012년 12월 21일 이후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학자들은 “정보의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자료 신뢰도가 떨어져 컴퓨터가 처리를 못하는 기술적인 결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명 ‘노스트라다무스 싸이 종말론’도 등장했었다. 그가 예언했다는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춤추는 말의 숫자의 원이 9개가 될 때 종말이 올 것이다’라는 부분에서 ‘고요한 아침’은 한국, 춤추는 말은 싸이의 말춤, 숫자의 원이 9개가 될 때는 0이 9개인 10억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싸이의 유튜브 조회 수가 10억 건이 넘은 12월 중순 종말이 온다는 해석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갓라이크 프로덕션스’란 외국 유머 사이트에 처음 이 글을 올렸던 사람은 누리꾼들이 출처를 요청하자 “그냥 재미로 올렸다”라고 해명했다.

2012년 종말설의 근원은 마야 달력이다. 고대 마야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그 이후의 날짜가 없다. 종말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이날 지구가 끝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3월 “마야 달력은 총 13주기(5125년)가 기록되어 있는데 1주기를 394.26년으로 표시했다. 13주기가 끝나는 날이 2012년 12월 21일까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이 없는 것뿐이지 세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한 해 달력이 12월 31일로 끝나지만 다음 달력에 1월 1일이 시작되듯, 마야 달력도 기록만 안 했을 뿐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종말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마야 달력의 한 주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간대가 열리는 첫해다. 종말론에 오르내렸던 싸이는 올해 미국 앨범 발매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어제와 다른 새 태양을 품고 구슬땀을 흘리는 한 해가 되길 빌어 본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종말#새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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