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52>정치 캠페인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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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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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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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 여야 예비 후보들은 정치 캠페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가나다순으로 살펴보자.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김두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김문수), “낡은정치 세대교체”(김태호), “사람이 먼저다”(문재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박근혜), “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박준영),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 “빚 없는 우리가족”(안상수), “걱정 없는 나라”(임태희), “내일이 기다려진다”(정세균) 등이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안철수 교수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도 있다. 슬로건이 위력을 발휘했던 1950년대로 거슬러 가보자.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를 비판하며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했던 신익희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지만, 그가 선거운동 중 급서하자 선거전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기호 1번 조봉암 후보의 대통령 선거 광고(동아일보 1956년 5월 14일)에서는 “이번에도 못 바꾸면 4년 다시 더 못 산다”라는 슬로건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신익희 후보의 슬로건을 계승해 더욱더 구체화한 것이다. 보디카피에서는 공약 사항을 제시했다.

“전(全) 야당연합의 실(實)을 거(擧)하고 민주주의 창달을 위하여 거국일치 내각을 조직한다. 국회 의석의 사정이 허여(許與·권한이나 자격의 허락)되는 대로 내각책임제 개헌을 단행한다….” 이 선거에서 조봉암 후보가 216만 표를 얻어 30%의 지지율을 확보하자, 불안했던 자유당 정권은 그를 용공으로 몰아 1958년 7월 31일 사형시켰다. 자신의 슬로건에서 예언했던 내용을 지키기라도 한 듯, 그는 4년도 더 못 살고 저세상으로 갔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지금 미사여구만 나열한 슬로건도 많다. 도대체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어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 캠페인 슬로건은 짧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투표장에서 누구든지 흥얼거릴 정도로 쉽고 운율까지 살아있다면 더 좋겠다. 공약을 다 읽어보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박빙의 승부일수록 정치 캠페인 슬로건은 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정책 대결이 끝나면 이미지의 집약인 슬로건 대결로 접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정치 캠페인#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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