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건혁]금융 경쟁력 추락 보고만 있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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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이건혁 경제부 기자
지난달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전 세계 100개 도시 중 33위였다. 3년 전 순위가 6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특히 서울은 아시아 순위에서도 처음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홍콩, 싱가포르 등 기존 금융 허브는 물론이고 중국 선전(12위)과 칭다오(31위), 대만 타이베이(32위)에도 밀려 아시아 국가 중 11위다. 부산은 중위권인 44위에 그쳤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GFCI에서 서울이 7위에 오르자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적 평판과 인지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 중심지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적이 좋을 때는 의미를 크게 부여하며 자랑하더니 이번에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내놓은 ‘금융 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GFCI 순위가 떨어졌지만 성과 측정의 보조 지표로만 활용할 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 금융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GFCI는 영업 환경, 금융 부문 발전도, 금융 인프라, 인적 자본, 평판 등의 항목을 기반으로 전 세계 금융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순위를 매긴다. 그만큼 한국 금융 환경에 대한 평가가 글로벌 금융인들 사이에서 몇 년 사이에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GFCI 순위 하락은 금융당국이 방치한 측면이 있다. 2016년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의 철수를 비롯해 외국계 은행들이 사업을 축소하며 한국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본보에 “한국은 어떤 규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금융 영업 환경이 바뀌는데 이 같은 정책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져 외국계 금융사들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에서 낡은 금융 규제 환경, 부족한 인프라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다. 한국의 금융 경쟁력 순위 하락은 당국의 안이한 태도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결과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동북아 금융 허브’ 같은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달라지지 않는 한 공허한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를 놓고 겪었던 여야의 갈등, 핀테크와 금융 신산업을 옥죄는 여전한 규제 환경을 보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사이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규제를 풀며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업계의 흐름을 고려하면 국제 경쟁력 강화는 더 미룰 일이 아니다. 금융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종합 대책을 고민할 때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금융위원회#국제금융센터지수#금융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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