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한우신]박원순 옥탑방의 불통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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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사회부 기자
한우신 사회부 기자
서울시를 취재하는 기자가 근 한 달 동안 만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박원순 시장은 ‘도대체 왜’ 옥탑방에 간 건지”였다. 관련 뉴스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들이라고 ‘박 시장이 옥탑방에 간 이유’를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이유를 묻는 까닭은 여전히 박 시장이 밝힌 이유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잖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 시장의 옥탑방 한 달 살이에 대해서는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이라는 평가와 ‘쇼하지 말라’는 비난이 엇갈린다.

대통령, 시장 등 리더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은 중요하다. 과거 많은 정책이 현장 목소리가 빠진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 시장은 옥탑방에 입주하며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의 현실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민 삶은 3차원이고 직접 듣고 봐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중시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보여주기식 행정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이 무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지내는 게 과연 적절한 처신인지 같은 디테일에 대한 갑론을박은 그중 하나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즉석 지시에서 비롯된다. 현장에 나간 지도자는 시민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로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 마련이다.

지난달 30일 박 시장은 옥탑방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재건축 공사 현장을 찾았다. 예정된 일정을 마친 박 시장에게 건설노조 간부 한 명이 공사 현장의 여러 문제점을 고발했다. 그는 공사 현장에 안전 펜스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현장 책임자에게 “왜 펜스를 안 쳤느냐”고 질책하듯 물었다. 이 책임자는 앞선 브리핑에서 박 시장에게 ‘근로자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확인 결과 이 현장에는 펜스가 규정대로 설치돼 있었다. 안전 문제를 제기한 건설노조 간부가 다른 현장에서 발생한 일을 말한 것인데, 박 시장이 사실 확인을 먼저 하지 않고 오해를 해 잘못이 없는 현장 책임자를 질책한 것이다.

박 시장은 또 이 현장에서 “여름철에는 시간을 정해 놓고 의무적으로 낮잠을 자는 게 어떠냐”고 여러 번 권고했다. 현장에 오기 하루 전날 식당에서 만난 근로자가 건의했다는 배경 설명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 중에는 의무적으로 낮잠을 자면 퇴근시간이 그만큼 늦어진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장 중시 행정은 지도자의 의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도자의 의지가 강하면 종종 타인 말에 귀를 닫게 된다. 현장 목소리를 듣는 목적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함인데 결과는 불통이 되는 역설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 현장 행정을 무턱대고 실행하면 비효율이 나타난다. 지난달 2일 서울지역 구청장 상당수가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하고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날 서울 대부분 지역의 강우량은 피해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 취임식을 취소한 일부 구청장은 막상 갈 만한 수해 현장이 없어 난감했다고 한다.
 
한우신 사회부 기자 hanwshin@donga.com
#박원순 시장#옥탑방#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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