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서동일]중국산 자동차가 도로 위 점령자가 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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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산업1부 기자
서동일 산업1부 기자
아무나 붙잡고 중국산 자동차가 미래 전기·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중국산 자동차는 형편없는 안전성, 디자인 모방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중국계 스타트업 ‘NIO(니오)’를 알면 그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2014년 설립한 NIO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불과 4년 만에.

4년 동안 NIO가 보여준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시속 0에서 96km까지 2.7초 만에 도달하는 전기 슈퍼카 ‘NIO EP9’를 공개해 신기록을 세웠다. 전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뿐 아니라 GM, 포드자동차 등에서 굵직한 기술책임자를 스카우트해 덩치도 키웠다.

지난해에는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최소 10년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레벨4 단계 자율주행자동차를 2020년 미국에서 출시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레벨4는 도로 위 수억 가지 변수에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대응하는 단계를 말한다.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자동차다.

전체 직원 중 직접적으로 자동차 및 부품 관련 개발 경력이 있는 구성원이 40% 미만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애플이 아이폰을 폭스콘에서 생산하듯 NIO도 제조·공정 작업은 외부에 맡겼다.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 바이두 등으로부터 NIO가 받은 투자금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공개되지 않은 투자금을 합하면 3조 원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NIO가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것만은 분명하다.

NIO를 보면 스마트폰 시장 초기 태어나고 사라졌던 수십, 수백 개 중국 모바일 기업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국 기술력은 형편없고, 외국 제품을 베껴 싸게만 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국 시장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끝내 기술력과 품질에서 뒤져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됐다. NIO를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 성장의 시작점을 엿본다면 무리한 생각일까.

이들이 2020년 공개한다고 약속한 완전자율주행차 이름은 ‘NIO EVE(이브)’다. 모든 유리창이 투명 디스플레이로 이뤄졌고, 전면 유리창을 통해 화상통화가 가능하다. 밤에 주행할 경우 하늘 위 별자리를 볼 수도 있다. 운전대가 필요 없으니 좌석이 꼭 앞으로 배치될 필요도 없다. ‘ㄷ’자 형태로 좌석을 놓아 회의나 대화도 가능하고, 좌석은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처럼 완전히 누울 수도 있다.

NIO는 지금 내가 주로 가는 곳과 선호하는 온도, 즐겨듣는 음악, 자세, 건강상태 등 정확히 나를 아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미래 도로 위 모습을 상상하며 탑승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를 찾는다. 자동차의 성능, 외관 디자인으로 ‘구입 여부’를 선택했던 지난날과는 다른 접근이다. 한국 자동차 기업, 혹은 스타트업 중 NIO와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해 현실로 만들어 가는 기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서동일 산업1부 기자 dong@donga.com
#중국산#자동차#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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