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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칼럼]홍준표의 ‘미움 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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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칼럼]홍준표의 ‘미움 받을 용기’

홍찬식논설위원 입력 2015-04-08 03:00수정 2015-04-0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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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다”는 세태에 까칠한 반기 들고 나섰으나… 고립무원의 처지로
진보 진영의 집중 표적 되어… 일거수일투족 감시 받아
잘못된 일에 침묵하는 풍토… 달라질 수 있을까
홍찬식 논설위원
요즘 상영 중인 두 편의 영화가 눈길을 끈다. 야구 지도자인 김성근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파울볼’과, 미국 음악학교의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를 그린 ‘위플래쉬’다. 두 주인공은 분야도 얼굴색도 다르지만 묘하게 닮아 있다.

‘파울볼’은 김 감독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지도하면서 남긴 3년간의 기록이다. 독립구단은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루저 선수들이 모여들어 프로 진입을 꿈꾸는 곳이다. 김 감독은 “너희들은 야구 선수도 아니다”라고 모욕을 주고 지옥 훈련을 시킨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공을 받다가, 또는 가파른 언덕길을 뛰다가 지쳐 쓰러진 선수들의 입에선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젠 죽어도 못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

‘위플래쉬’의 플레처 교수는 음악 지도에서 결코 타협을 모르는 인물이다. 음악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재즈 밴드를 지휘하며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연주를 잘못한 학생에게 의자를 집어던지는가 하면 학생을 강의실 밖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라고 잘라 말한다.

적(敵)이 많은 것과 남에게 미움 받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김 감독은 야구 인생에서 12번 해고를 당했고, 영화 속의 플레처 교수는 결국 음악학교에서 쫓겨난다. 그런데도 이들은 “너희들이 한계를 넘어서는 걸 보고 싶었다”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 김 감독은 지난해 청와대 특강에서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이들의 최대 강점은 어느 책 제목처럼 ‘미움 받을 용기’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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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전면 무상급식을 없애고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으로 진보 진영에선 ‘공공의 적’을 넘어 ‘눈엣가시’가 됐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적이 나타나면 똘똘 뭉쳐 응징해온 진보 공동체의 집중 공세가 홍 지사를 향하고 있다.

지난달 경남의 어느 진보 단체는 하동의 한 초등학생 일기장을 공개했다. 제목은 ‘무상급식이 좋아요’였고 그 아래에는 ‘4월부터 무상급식을 안 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홍준표 도지사가 나에게 왜 그런지 설명해주고 무상급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무상급식하고 싶다’라고 적혀 있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어린 학생까지 내세우는 것은 여론 싸움에서 되레 손해 볼 가능성이 큰데도 이들은 등교 거부에다 홍 지사에 대한 주민 소환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홍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낱낱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차하면 아이들 밥값을 빼앗아 호사를 누리는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울 태세다.

반면에 지난해보다 그나마 지원이 늘어난 저소득층에서 홍 지사를 감싸는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홍 지사가 소속된 새누리당마저도 싸늘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괜히 편들었다가 좋을 일 없다는 눈치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그의 미움 받을 용기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홍 지사가 뛰어든 전쟁에는 대권 같은 다른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범위를 좁혀 잡으면 저소득층 자녀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문제다. 사실 저소득층 지원 확대는 진보의 중요한 목표에 속한다. 홍 지사가 진보 진영이 전매특허로 삼아 애지중지해온 무상급식의 틀을 깨면서 전면전이 발생했으나 빠듯한 국가 예산에서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려면 달리 방법도 없다.

젊은 세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뚜렷한 해답은 없다. 김 감독과 플레처 교수에 대해 꼭 그렇게까지 심하게 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달래는 소리만 넘쳐나고, 꾸짖고 나무라는 소리가 사라진 것은 큰 문제다. 잘못된 교육 방향에 눈을 감은 지도 오래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을 강조하면서 교실에서 어려운 것, 힘든 것을 없애버리며 이런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전면 무상급식이 저소득층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반대 목소리는 절대 내지 않는다.

홍 지사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세태에 까칠한 반기를 들었다. ‘파울볼’과 ‘위플래쉬’ 두 영화는 오락 영화가 아닌데도 예상을 깨고 상당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들을 미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나라는 아닌 듯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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