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홍찬식 칼럼]문재인이 메르켈에게 배울 것
더보기

[홍찬식 칼럼]문재인이 메르켈에게 배울 것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5-03-11 03:00수정 2015-03-11 14:29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취임 뒤 리퍼트 피습 등에서 깜짝 놀랄 만한 변화
과거 오락가락 처신으로 국민들은 여전히 의문 가져
세계 지도자들의 화두… 널리 인정받으면 새로운 기회 열릴 것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요즘 ‘진정성 리더십’이 경영학 연구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진정성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 공동의 목표를 이끌어내는 지도자상(像)을 말한다. 과거에는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기업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평가했으나 이제는 진정성 리더십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추세다.

진정성 리더십의 뛰어난 가치는 정치 지도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그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비판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멋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늘 겸손한 말과 꾸밈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준다. 일본을 향해 용기 있게 던진 그의 쓴소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이런 진정성 리더십의 강점 덕분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 사건 이후가 압권이다. 사건 직후 문 대표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리퍼트 대사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하더니 이튿날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한미 관계를 더 굳건히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또한 한미 군사훈련을 직접 참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새누리당과 경쟁하듯 리퍼트 대사의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관련기사

불과 3년여 전인 2012년 2월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주요 인사들은 주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 대표는 2011년 펴낸 책 ‘운명’에서 자신의 부모가 흥남 철수 때 미군의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한마디도 고맙다는 말을 담지 않았다. 오히려 ‘배에 탄 피란민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며 미군을 힐난하듯 썼다. 따지자면 ‘반미’에서 ‘친미’로 급속한 좌표 이동이다. 그만큼 문 대표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있는지 국민들도 일단 의문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전부터 문 대표의 언행에는 모순적인 것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우파(右派) 시각의 영화인 ‘국제시장’을 본 뒤 “영화 관람까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선거 때 ‘광해’ ‘변호인’ 등 영화 관람을 하면서 지지층 결집의 장으로 이용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유가족 유민 아빠의 단식을 중단시키러 간다더니 그대로 눌러앉아 9일 동안 동조 단식을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당의 ‘야권연대 불가’ 방침에도 ‘지역별 야권연대’는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지금은 ‘원칙 없는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으로 바뀐 상태다.

이 정도의 오락가락 전력이라면 문 대표에게 절실한 것은 진정성 리더십이다. 지나간 일들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지금부터 하는 말과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정치적 속내를 쉽게 드러내는 편이다. 당 대표가 된 다음 날인 올해 2월 9일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진정한 국민 통합은 역사의 가해자 측에서 반성할 때 이뤄진다”고 덧붙인 것도 불필요한 언급이었으나 더 큰 악수(惡手)는 “참배가 우리 당을 살려내는 길 아니겠나”라고 말한 것이었다. 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수 없이 갔다고 고백한 꼴이다.

드라마가 감동을 주기 위한 요소 가운데 ‘핍진성(逼眞性)’이라는 것이 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은 눈앞에서 이뤄지는 연극이 배우들에 의한 허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짓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공연 중에는 연극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감을 높이는 일이 핍진성이다. 정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새정치연합이 최소한 유권자 눈에는 “정말 변했다”는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눈속임이 아닌 진정한 변화이고 쇄신이라면 더없이 바람직할 터이다.

문 대표의 캐릭터는 진정성 차원에서 다른 정치인보다 앞서는 점이 많다. 살아온 내력이 그렇고 상대적으로 때 묻지 않은 이미지가 그렇다. 최근 진정성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것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문 대표가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자신과 당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문재인#메르켈#진정성 리더십#리퍼트#핍진성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