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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구자룡]사드 보복 방치한 美中 ‘북핵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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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구자룡]사드 보복 방치한 美中 ‘북핵 밀당’

구자룡 특파원 입력 2017-04-17 03:00수정 2017-04-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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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한중 수교 전인 1990년 베이징에 와서 올해로 28년째 식당 등 자영업을 해온 교민 A 씨(54)가 15일 식당 문을 닫았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한 중국인 손님 감소가 결정타가 됐다고 했다.

A 씨보다 한 해 뒤 베이징에 온 ‘중국 교민 1세대’인 B 씨(56)도 베이징 철수를 고민 중이다. 청소년 화가 작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의 인적 교류 활동을 도와 한중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1년 가까이 한 건의 교류 활동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학교 연구소 등 공공기관에 있는 중국인들은 마치 모두가 ‘사드 보복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서로 감시하는 것 같다”며 실핏줄같이 세세한 분야까지 사드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 서울 명동 거리가 썰렁하고 한국 내 면세점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의 피해 체감도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재중국 한국인회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80만 교민이 사드 보복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주중 한국 교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 7일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한 것도 사드 보복이 해소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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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이틀간 5시간여의 단독 회담을 갖고 12일 한 시간 이상 전화통화를 했지만 사드 보복은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분명히 얘기했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전한 것과 왕이 외교부장이 “시 주석이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한 것이 전부다.

미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저지를 위해 양국이 인식을 같이한 것에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작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를 이유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벌이고 있는 보복 행위는 방치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 것은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 탐지 거리가 반경 2000km를 넘어 전략적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다 분명히 따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불만이 있으면 한국만 괴롭히지 말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야 했다.

회담 전 미 공화당과 민주당 중견 상원의원 26명이 초당적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부당한 한국 보복을 중단시키라’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외면한 듯한 인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의 한국 사드 보복을 이번 회담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는 이유로 미국의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안보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가 높아 가면서 두 대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한반도 사드 문제 처리는 그런 아시아 국가들의 향후 대응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사드 보복에 눈감은 상태로 미중이 ‘북핵 밀당’을 벌이고 있는 것이 적절한지, 대국 간 회담에서 소국의 이해관계나 아픔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사드 보복#북핵 밀당#시진핑#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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