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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박정훈]‘Moon’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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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박정훈]‘Moon’의 진심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7-03-27 03:00수정 2017-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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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미국인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성(姓)을 ‘Moon’으로 쓴다. 영어 단어로는 달(月). 성의 내력에는 보통 지명이나 직업 등의 특징이 담긴다. 묘하게도 ‘정치인 문재인’은 미국인에게 달의 이미지다. 눈에 보이지만 이면을 알 수 없는 불확실의 존재….

미국은 문 전 대표를 잘 모른다. 주한 미국대사관 출신 외에는 대미 인맥도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주류와 인연이 깊은 참모나 자문단도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Moon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 보수층은 문 전 대표의 집권을 두려워하지만 미국에선 보수 진보 모두 의구심을 갖는다. 기자가 만난 미국 정치인과 싱크탱크 관계자 상당수는 그가 친중반미(親中反美) 성향이라고 본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기 대선 선두 주자 문재인,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걸 선호한다(leading candidate Moon Jae-in favors closer relations with China)’는 제목까지 달았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저서 발언을 전하자 “중국에는 뭐라고 할 거냐”는 반응이 뒤따랐다.

미국 주류 언론은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한미 공조에 틈이 생길 것으로 걱정한다. 본토까지 위협받는 미국은 사생결단을 내려는데 한국은 ‘강 건너 핵 구경’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화로 풀자”며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은 ‘북한에 속아 13억 달러나 지원했다’는 미국의 후회를 외면하는 듯 보인다. 김정은은 핵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돈줄 풀어주고 대화하면서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무엇보다 미국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말처럼 미국은 요즘 동맹에 받을 상처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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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이후 미국이 가장 싸늘하게 우릴 대한 건 2003∼2007년 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가 겹친 때였다. “반미면 어떠냐”는 말과 함께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에게 부시 전 대통령은 ‘그렇게 잘났으면 혼자 잘해보라’는 식으로 맞섰다. 그 결과 2006년 9월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합의가 이뤄졌다. 자주국방이라는 허울에 안보 기둥이 흔들릴 뻔한 사건이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워싱턴을 찾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핵 위협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방적 성격의) 대북 선제타격은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동맹국인 한국을 전쟁의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과 배려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고 실제로 위협에 나선다면 미국은 전쟁을 각오할 수도 있다.

상대가 도널드 트럼프라는 점도 문제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앞에 ‘뜻이 다른 우방’에 대한 배려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인들도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하는 판이다. 찰떡 공조가 받쳐줘야 그나마 우리 눈치라도 볼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최근 면담에서 “문 전 대표도 한미 간의 대북정책이 다른 부분을 조율해 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 후보도 “미국은 영원한 친구”이며 “김정은 정권은 안보 위협세력”이라고 말해 왔다. 그것이 ‘Moon의 진심’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려면 낭만으로 북을 바라봤던 감정의 찌꺼기부터 걷어내야 한다.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


#문재인#moon의 진심#패트릭 크로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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