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상윤]술 먹으면 ‘필름’이 끊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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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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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치매는 노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장년층 치매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30∼60세의 치매 환자가 늘고 있고, 치매 환자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우리도 30대 초반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적지 않은 등 젊은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생할 경우 진단도 어렵다. 증상이 노인성 치매와는 많이 다르다. 자주 잊어버리는 기억장애로 나타나는 경우는 여전히 많지만 행동장애, 성격변화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올바른 진단을 받지 못하기 쉽다. 알츠하이머병 이외에도 전두측두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 알코올 관련 치매도 이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치매의 중요 원인 질환이다. 조기 치매는 진단이 어렵고 진행은 빨라 많은 전문가들을 긴장시킨다.

특히 장년층 치매는 삶에서 가장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이인 데다 직장에서 중간 간부 같은 관리직 위치에 있는 나이에 발병하는 것이어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도 선뜻 ‘치매’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남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등 행동장애나 성격변화가 나타나는데, 이 경우 간혹 치매일 수가 있다. 하지만 젊다 보니 치매 진단을 내려도 진료를 거부하는 환자가 많다. 게다가 50대 가장에게 치매가 발생하면 가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 3대가 경제적, 심리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게 되고 가족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덧붙여 치매 관련 정책이 대개 노인성 치매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조기 치매 환자들은 사회나 국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노인성 치매에 비해 훨씬 심각한 문제이므로 다각적인 의료적, 사회적, 정책적 접근과 대책이 필요하다.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이른 나이부터 뇌의 손상을 억제하고 뇌의 활동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뇌에서 병이 진행된다. 따라서 뇌질환 예방은 10대부터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뇌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머리를 다쳐도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나중에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각종 치매가 발생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주려면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씌워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치매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이 교통사고에 의한 뇌손상이지만 교통사고 등에 의한 뇌손상은 거의 모든 연령에서 치매 발생의 주원인이다. 젊은 치매의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음주다. 음주량이 많으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각종 치매가 잘 발생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뇌에 손상을 받기 쉽고, 사고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음주 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의 입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술에 의해 일시적으로 기능을 정지한 것이다. 이런 상태가 반복된다면 이 부위의 기능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치매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뇌를 활성화시키고 뇌 활동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의 교육 실행이 중요하다. 단순 암기와 같은 교육은 아이들의 뇌 기능을 경직시키고 바람직한 발달을 막기 때문에 치매가 발생하기 쉬운 뇌가 될 수 있다. 뇌의 기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활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치매#조기치매#알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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