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신장 발언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다른 설명[광화문에서/윤완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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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이의를 제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에 청와대가 부인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중국 정부 당국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한 중국 내정 문제 언급을 문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적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후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가 중국 내정이라는 시 주석의 설명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자는 청와대의 부인을 다시 반박하며 문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다만 한중 간 논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듯 “어떤 때는 모호함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을 맺었다. 한국 외교부가 27일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문 대통령의 발언 관련 중국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논란이 확산되는 건 피하려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주목할 대목은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 이에 만족한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같은 날 한중 정상회담 발표에는 있고 중일 정상회담 발표에는 없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한중은 지역 평화, 안정, 번영 촉진과 다자주의 자유무역 체계 수호에서 폭넓은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중은 긴밀하게 협력해온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말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미국의 중국 괴롭힘’을 가리키는 “바링(覇凌) 행위”를 비판하면서 유엔 등에서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이런 표현들은 중일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은 중국을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에 함께 맞설 ‘친구’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릴레이 한중,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명히 발신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신장위구르 발언 여부 문제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냉각기를 넘어 한국을 친구로 끌어당기려는 외교 전략을 공세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는 미중의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이 정면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이는 앞으로 중국을 억제하는 미국과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이데올로기, 안보 문제에서도 사안별로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는 환경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한중이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과 이익이 일치한다”고 말한 대목도 주목된다. 한미동맹 문제가 얽힌 첨예한 안보 문제인 한반도 문제에서 한중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과거의 스탠스는 안 된다”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신호를 강력히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이 안보 문제에서도 한국에 중국의 친구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할수록 우리의 선택은 사드 배치 과정 때보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zeitung@donga.com
#중국#홍콩#신장위구르#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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