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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 살인사건 정치적 이용… 홍콩의 거센 반중 시위 초래[광화문에서/윤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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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 살인사건 정치적 이용… 홍콩의 거센 반중 시위 초래[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9-10-28 03:00수정 2019-10-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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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시에서 태어난 홍콩인 찬퉁카이(20)와 여자친구 푼모 씨(20)는 지난해 2월 8일 대만 타이베이(臺北)로 여행을 떠났다. 같은 달 17일 푼 씨의 어머니는 푼 씨로부터 “오늘 홍콩으로 돌아갈 거예요”라는 와츠앱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날로 연락이 두절됐다.

찬퉁카이는 홍콩 경찰 조사 과정에서 푼 씨 살해를 인정해 바로 체포됐다. 찬퉁카이와 푼 씨는 지난해 2월 17일 타이베이의 호텔에서 크게 싸웠다. 찬퉁카이는 푼 씨의 머리를 벽에 부딪친 뒤 뒤에서 목을 조른 것으로 알려졌다. 푼 씨의 시신을 여행가방에 담아 타이베이의 한 공원 풀밭에 암매장했다. 그는 푼 씨의 카드로 돈을 뽑아 자신의 은행계좌에 입금했다. 기자가 확인한 올해 4월 12일 홍콩 고등법원 재판 기록에 드러난 범죄 행적이다.

이처럼 찬퉁카이가 살해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홍콩 고등법원은 찬퉁카이에 대해 4차례의 돈세탁 혐의만 적용했다. 속지주의를 채택한 홍콩은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발생한 범죄를 기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9개월 형을 선고했으나 죄를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18개월로 감형했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 사건을 이유로 올해 2월부터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했다. 인도 대상 국가를 대만뿐 아니라 중국 본토로 확대한 게 홍콩 시민의 반중(反中) 정서를 건드렸다. 누구도 이 치정 살인사건이 중국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흔들고 미중 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격화할 세계적 사건의 방아쇠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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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찬퉁카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형기를 마친 23일 오전. 다소 초췌하고 상기된 그가 교도소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 앞에 서자 시선을 돌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린 끝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 큰 아픔과 고통을 주었습니다. 자수를 원합니다. 대만으로 가 재판받고 복역하겠습니다. 피해자가 안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는 “사회와 홍콩 시민에게 나는 단지…. 죄송합니다. 다시 올바른 사람이 될 기회, 사회에 보답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도 입법회(국회)에서 공식 폐기됐다. 하지만 이 법이 촉발한 홍콩사태는 반중 반정부 과격시위로 바뀌었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만 사법 당국은 지난해 3월, 4월, 7월 세 차례나 홍콩 정부에 찬퉁카이 사건 증거 수집과 사법 지원을 요청했지만 홍콩 정부는 외면했다. 사법 분야에서 협력하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올해 2월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제안한 뒤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 기간도 20일에 불과했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가 이 사건을 찬퉁카이의 범죄를 사법적으로 단죄하는 본연의 목표에만 충실했다면, 중국 본토 사법제도에 대한 홍콩 시민의 강한 불신을 경청했다면, 오늘의 홍콩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홍콩의 혼란은 찬퉁카이 사건이 촉발한 나비효과가 아니라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정부 의사결정의 실패가 아닐까.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반중 시위#홍콩시위#찬퉁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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