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영은 누굴 위해 골든벨을 울렸나[광화문에서/이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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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1988년 겨울 올림픽 개최지 캐나다 캘거리는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다. 올림픽 오벌을 비롯해 당시 올림픽을 치른 경기장이 고스란히 유산으로 남아있다. 요즘도 캘거리는 전지훈련을 위해 찾는 각국 선수들로 붐빈다. 그런 캘거리가 다시 한번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어떨까. 기반 시설이 워낙 잘 갖춰져 있으니 그리 큰돈이 들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캘거리는 2026년 겨울 올림픽 유치를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투표 결과는 반대가 우세했다. 올림픽 말고도 돈 쓸 데가 많다는 거였다.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던 오스트리아 그라츠, 스위스 시옹도 주민투표 끝에 겨울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결국 2026년 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가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요즘 선진국들이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성비’다.

지난달 12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는 세계 제5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경기장 안팎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회 자체는 풍성한 기록과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번 대회가 ‘저비용 고효율’ 국제대회의 성공모델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조직위가 밝힌 이번 대회 총사업비는 2244억 원이다. 전 세계 194개국 7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축제를 치른 데 쓴 돈이다.

2012년 처음 유치 의사를 밝힌 광주가 예상한 총사업비는 635억 원이었다. 국제수영연맹(FINA)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할 때의 사업비는 두 배 가까운 1149억 원으로 뛰었다. 부끄럽게도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명을 위조해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치가 결정된 뒤에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이왕 유치한 대회 다른 나라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다른 국내 도시가 유치한 대회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사업비를 늘렸다. 정부가 지원하기도 했고, 광주시가 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과 시민이 낸 세금이다.

조직위는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대비 5.24%, 2014 인천아시아경기 대비 11%,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비 36.3%, 2011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대비 62.8%에 불과한 예산을 썼다”고도 발표했다. 단일 종목 대회를 종합 대회와 비교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비교 대상으로 든 대회들 역시 ‘가성비’로 볼 때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국제대회나 행사를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정치인은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국민과 시민들에게 먼저 의사를 묻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자기 돈을 보탰다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당장 서울시는 평양과 함께 2032년 여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들어가는 돈은 이전 대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주민들의 의사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광주 수영선수권대회#2018 평창 겨울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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