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소셜 여론전’…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광화문에서/김유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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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한동안 여론을 달궜던 청와대 참모의 페이스북이 휴지기에 들어갔다. 그는 특정 주제에 대해 열흘간 총 40여 건의 글을 올리며 전면에 나섰다. 해당 이슈에 대한 찬반만큼이나 그의 ‘폭풍 페북’을 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논란이 점차 가열되자 청와대는 “개인 표현의 자유다. 청와대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공직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슨 발언이든 해도 되는가. 청와대는 이번에 “SNS에서 특정 발언을 하라, 하지 마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직자의 SNS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가이드라인’이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공직자 SNS 사용원칙과 요령’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2011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까지 됐다. 과거 정부에서 만든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공직자가 지금 있을까 싶긴 하다. 소셜미디어 환경 역시 많이 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가이드라인에는 현 시점에서 다시 끄집어내서 읽어봄 직한 내용이 적지 않다.

‘SNS 글이 조직의 공식 입장 표명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사전에 관련 담당 조직의 전문가나 상관, 온라인 홍보팀에 조언을 구하라. 글이 정책 방향과 일치하지 않다면 혼동을 주고 기관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면 더욱 유의해야 한다. 20여 년간 위기관리 컨설팅을 해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과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대응 창구 일원화’였지만 SNS는 ‘1인 미디어’라 창구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외교 문제의 경우 메시지 일원화가 안 되면 국가 간 오해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참모가 관련 이슈의 주무부처 등에 의견을 구했는지 모르겠다.

‘SNS 글을 작성할 때 언론 보도 단초가 될 정보나 언어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공직자의 SNS 활동은 적극적인 오프라인 소통과 병행할 때 효과적이다’.

이는 청와대 참모가 혹여 거칠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온라인 소통에 치중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현장 의견 청취 등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청와대 참모는 부처 내부 문서를 공식 발표 전에 본인의 페이스북에 먼저 올린 적도 있는데, 가이드라인엔 ‘SNS에 어떤 기밀도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SNS 플랫폼도 공직자 발언의 적정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공직자(팔로어 수 10만 명 이상)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경고 표시문을 붙이겠다고 했다. 페이스북도 주요 인사의 콘텐츠를 조정하는 기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SNS 가이드라인 마련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최근 나눈 대화를 ‘소셜 여론전’을 펴려는 공직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고위 공직자 발언은 선출직 공무원이나 정치인 발언과는 다릅니다.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다른 목소리를 가진 이들도 사회 통합의 대상인 우리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공직자#공직자 sns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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