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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현수]디트로이트 공항에 걸린 중국 차 광고판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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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현수]디트로이트 공항에 걸린 중국 차 광고판의 자신감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19-05-10 03:00수정 2019-05-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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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짐을 찾다 한 광고판에 눈길이 갔다. 중국 ‘광저우오토컴퍼니(GAC) 모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S8’을 알리는 거대한 광고판이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의 관문에 걸린 도전적인 GAC 모터 광고판을 보니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파리 국제 모터쇼’ 생각이 났다.

파리 모터쇼에 처음 참여한 GAC 모터 부스는 전시관 중에서도 가장 번쩍번쩍한 고급차 전시관에 있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부스 옆에서 펼쳐지는 으리으리한 프레젠테이션(파리 모터쇼 회장까지 참석해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을 보고 있자니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현장에서 장판 GAC 모터 부사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으로부터 자동차 기술을 배웠지만 이제 한국은 우리의 경쟁자다. 한국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런 ‘대륙의 자신감’에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의 까다로운 배출가스 및 안전 기준을 통과할 기술력이 있는지 의구심도 나온다. GAC 모터는 프리미엄 SUV GS8과 같은 모델을 2020년 미국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인데,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렴한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국 일본 자동차 업계는 중국 차의 부상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회사들과 합작해 차를 만들고 팔아본 경험과 풍부한 자본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중국 정부도 있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판매 의무제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자국에 유리한 전기차 위주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도요타, 혼다 등과 합작 경험이 있는 GAC 모터는 미국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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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의 부상이 과거 일본 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먼은 “중국이 미국에 전기차를 팔게 될 때, 일본이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로 미국 시장을 뚫었던 역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가 1957년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3사는 신경도 안 썼다. 도요타가 들고 온 세단 ‘크라운’은 일본 도심용으로 개발돼 미국의 거친 고속도로에서 과열되기 일쑤였다. 낮은 품질,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에 대한 반감으로 크라운은 미국에서 철저히 망했다. 도요타는 실패 덕분에 미국용 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고, 달라졌다. 가장 큰 호재는 1970년대 ‘오일쇼크’였다. 미국 3사와 차별화되는 고연비 덕분에 일본 차는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1970년대 일본 차가 그랬듯 2020년대 전기차 시대에 중국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GAC 모터의 디트로이트 광고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을 향한 도전장이다. 과거 일본 차를 무시했던 GM이나 포드는 최근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준비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디트로이트 공항#gac 모터#중국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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