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사드 해결 안 됐다”는 중국… ‘제2의 사드’ 우려까지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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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이달 중순 중국 측 인사와 나눈 대화다.

“중한(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 해결 없이 중한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사드 갈등이 일단 해결된 것으로 보는데….

“전혀 아니다. 중한 간에 공통 이익이 많지만 사드를 둘러싼 이견은 중한관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해 할 일이 아직 있다.”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사드를 완전히 철수해야 해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2월 ‘사드 문제로 더 갈등하지 말고 한중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합의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 정부는 “한중관계에 문제가 없다”며 사드를 잊으려 한다. 반면 사드를 미국과의 치열한 군사 전략 경쟁 요소로 보는 중국은 “한중관계의 최대 장애물”이라며 철수를 압박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간 안보 갈등의 더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는 ‘제2의 사드’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폭탄’이 터지면 사드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언뜻 한국과 관계없어 보이는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와 그 후폭풍이 이를 예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INF 탈퇴를 선언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사거리 500∼5500km 중·단거리 탄도 순항미사일을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배치하지도 말자고 약속하며 탄생했다. 미국의 INF 탈퇴는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이 이 조약에 가입할 일은 없다”고 못 박은 중국 정부가 그 의도를 제일 잘 안다.

미국이 INF에 발 묶인 동안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사거리 약 2000km의 둥펑(東風)-21D 지대함미사일을 잇따라 개발했다. 중국 매체들은 8발로 미국 최신 항모 전단을 전멸시킬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7의 내년 실전 배치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에도 미 항모가 한반도 인근 해역에 쉽게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동북아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 항모를 견제하면서 제해권을 장악하려 한다. 23일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3차례나, 그것도 이어도 울릉도 독도 사이에 진입한 건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서해 남해 동해로 한반도를 포위하며 비행하는 KADIZ 진입도 8차례에 달했다. 일상화됐다는 얘기다. 미 항모를 미사일로 견제하면서 중국 전투기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얼마든지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음을 미국에 과시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런 중국에 사드는 눈엣가시다.

INF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시 실전 배치하려 할 수 있다. 배치가 가능한 한국 일본 필리핀 괌 가운데 중국 전략핵무기를 타격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압박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중관계는 또 어떻게 되는가. 23일 중국 군용기가 접근한 이어도 역시 심상치 않다. 이어도는 동아시아 제해권을 장악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에 군사적 가치가 큰 곳이다. 북한 문제 역시 미국에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에는 그 억제를 막기 위한 카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을 시험할 ‘제2의 사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1zeitung@donga.com
#사드#중국#중·단거리 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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