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새해 중국이 해야 할 것,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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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미국의 쇠퇴가 현실이 될까’라는 질문에 예상한 답이 아니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기자와 단독 인터뷰(지난해 12월 24일자 A23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 미국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중국의 개혁개방을 화두로 꺼냈을 때 든 생각이었다.

“미중 실력 차이가 어떻게 벌어질지는 중국이 진정한 개혁개방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진정한 개혁개방을 견지하면 중국의 성장이 미국보다 빨라 미중 실력 차이가 한발 더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중국이 내놓은 구체적인 정책들이 개혁개방과 ‘배치돼 다른 방향으로 가면’(배도이치·背道而馳) 미중 실력 차이는 커질 겁니다.”

당시 지면에 담지 못한 내용 중에는 중국의 석학이 중국 정부에 건네는 쓴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냥 석학도 아니다. 칭화대가 지난해 처음으로 최고 학술연구자에게 수여한 ‘학식이 높은(資深·distinguished) 교수’ 칭호를 받은 석학이다. 그런 그가 “40년간 중국의 개혁개방은 일직선으로 전진한 게 아니라 때때로 후퇴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어디서 정부의 정책이 개혁개방과 배치되거나 후퇴가 발생하는지 물었다. 그는 “경제 과학 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개혁개방과 상반되는 정책이 나타났다. 경제 영역에서 나온 ‘민영기업의 역사적 임무가 이미 끝났다’는 주장이 그렇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논란이 된 ‘국진민퇴(國進民退)’ 여론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바탕인 민영기업을 퇴장시키고 국영기업 역할을 늘리자는 이 주장은 중국 지도부가 정말 이 방향으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옌 원장의 진단은 명료하다. 그는 “극좌 세력은 중국 굴기를 해친다. 개혁개방의 최대 장애다. 극좌 사조를 반대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정부의) 노력이 아직 명백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좌파는 시장과 사회에 대한 당과 국가의 통제 강화를 주장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직면한 중국 지도부는 “모든 것에 대한 당의 영도(지도)”를 강조하면서 내부를 단속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정책에 대해서도 옌 원장은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가 중국 이데올로기 모델을 대외에 수출하고 참여국 정책에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를 매우 주목하고 중시해야 한다.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포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과) 이데올로기 경쟁을 하지 않을 것임을 국제사회가 알게 해야 합니다. 중국 모델을 대외로 전파하지 말고 다른 나라에선 공산당 조직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데올로기로 공생하는 국제 진영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일대일로가 이데올로기화하면 오히려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중국을 지지하는 대신) 미국 편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어떻게 해야 세계가 중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일지 물었다. 그는 신뢰를 얘기한다.

“한국 등 어떤 국가도 중국의 리더 역할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이제 막 세계를 위해 공공재 지원 등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세계는 이 도움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지 못한다. 모두 중국의 도움에 대한 충분한 확신과 신뢰가 없다. 중국을 신뢰해야 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있다. 중국은 세계를 위해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약속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개혁개방#미국#도널드 트럼프#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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