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11월 쇼핑 장바구니 주목하면 한국판 ‘블프’ 가야 할 길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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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매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블프)와 중국 광군제(光棍節)는 글로벌 쇼핑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광군제의 총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2135억 위안(약 34조7000억 원)이며 블랙프라이데이는 온라인 매출만 62억2000만 달러(약 7조 원)로 전년 대비 23.6% 늘며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우리에게도 이 두 쇼핑 축제와 비슷한 행사가 있다. 9월에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KSF)’로 올해가 3회째였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유통산업 규모와 세계 5위 수준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가진 쇼핑 강국이다. 여기에 광군제와 블프에서 많이 팔린 가전, 화장품, 의류 등을 만들어내는 제조 강국이다. 그럼에도 KSF는 왜 늘 기대에 못 미치는 걸까.

무엇보다 할인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반값은 기본이고 최대 90%까지 통 큰 할인율을 자랑하는 두 축제와 비교해 KSF의 할인율은 턱없이 낮다. 판매 상품도 신제품보다는 제작 단가를 낮춘 기획 상품이나 유행이 한참 지난 이전 시즌 제품이 많다.

전체 상품의 70∼80%에 달하는 물건들을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미국 유통업체들은 연말 전에 창고에 쌓아 놓은 재고를 처분하는 게 낫기 때문에 블프 기간에 파격 할인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 유통업체의 직매입 비중은 10% 남짓이다. 제조업체에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유통업체에서 할인율을 높여 팔기 어려운 구조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쇼핑 축제 기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국내 소비자들을 보면서 사실상 11월 장사는 접고 12월 송년 세일만 기다려온 국내 쇼핑 시장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이달 1∼11일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는 각각 ‘십일절 페스티벌’과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흥행에 성공했다. 11번가는 11일 하루 동안에만 역대 최대치인 1020억 원의 거래액을, 위메프는 ‘블랙 1111데이’를 통해 10일간 2300억 원의 누적 거래액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형성된 분위기는 롯데, 신세계 같은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신세계 이마트가 창립 25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블랙이오’와 1조 원 규모의 물품을 준비한 ‘롯데 블랙 페스타’는 해외 직소싱 상품들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11월에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과 중국 직구 외에도 국내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의 쇼핑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 것은 차별화된 상품과 합리적 가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블랙이오 행사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상품은 이마트가 중국 현지 업체를 직접 발굴해 기존 일반 브랜드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에 내놓은 일렉트로맨 전기면도기 세트였다. 롯데 블랙 페스타에서도 단독 기획 제품인 블랙라벨 상품이 단연 인기였다. 블랙라벨은 롯데가 파트너사들과 기획하거나 직매입을 통해 정상가 대비 최대 80%까지 할인율을 끌어올린 제품들이다.

블프와 광군제가 있는 11월에도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 상품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매년 알맹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KSF를 글로벌 쇼핑 축제로 만들기 위한 방법도 이달 유통기업들이 얻은 성과를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올 듯하다. 여기에 언어와 결제 등에서 외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보다 활성화되면 KSF도 소비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쇼핑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코리아세일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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