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이경석]딸 셋 키우는 요즘 아빠 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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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 광고기획자
이경석 광고기획자
요즘 나도 모르게 잠든 아이들 방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 세 딸을 토닥거리면서 한참을 울고 나올 때도 있다. 세월호 사고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막막할 뿐인 절망감이 든다. ‘바르게’ 키우기는커녕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위험사회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가물가물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등하교는 혼자 했던 것 같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내가 아기인줄 아시느냐”며 부모 손을 뿌리치고 저만큼 앞장서서 갔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 앞 초등학교에서 아침마다 펼쳐지는 등교 풍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1, 2학년은 물론이고 다 커 보이는 5, 6학년 아이들 손을 잡고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한참을 지켜보다 돌아서는 부모들 모습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의 과잉보호 때문에 나약하다니깐”이라며 씁쓸해했다. 하지만 딸아이 셋을 낳고 길러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아이들에 대해 부모들이 긴장을 한시도 풀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침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집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식들을 지키려는 부모들의 ‘투쟁’이 시작된다. 학원차량 문틈에 끼어 다치는 어린이 통학 차량 사고는 매년 25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사고 발생 때마다 후방카메라 등 차량에 안전설비를 설치하고 운전자 교육도 강화하는 등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잊을 만하면 사고는 또 발생한다. 차량을 타서는 또 어떤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 통학 차량은 차가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지만 가까운 거리라는 이유로 그냥 운행하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최근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즉 스쿨존 사고의 발생은 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어린이보행자 평균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0.4명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0.7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높다. 부모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뉴스는 바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관련 내용들이다. 어린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표현도 못하는 네 살짜리 아이들을 때리고 강제로 밥을 먹이는 등 216차례에 걸쳐 학대했다는 부산 어린이집 사건을 보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맞벌이 부모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렇게 불안 불안하게 겨우 유치원 졸업시켜 초등학교를 보내도 ‘안전’에 대한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 숙직실에서 열 살짜리 초등학생을 추행한 학교 경비원 뉴스를 접했을 때는 나를 비롯해 딸아이 가진 부모들은 모두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학교 경비원이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도대체 누굴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초등학교 졸업해 중고교만 가도 ‘안전’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단원고 학생들의 비극이 발생했다. 더구나 지난겨울에는 대학교 신입생들이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건으로 희생됐다.

이제 더이상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용납할 수 없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척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도 더이상 용서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게 하기 위해 어른들이 변해야 한다.

이경석 광고기획자
#세월호#안전#어린이 통학 차량 사고#어린이집 아동학대#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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