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김재원]주역으로 본 새해 갑오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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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동양고전학자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갑(甲)은 명리학에서 갑목(甲木)을 뜻한다. 갑목은 초목의 씨가 땅속에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발아해 껍데기를 쓰고 땅 밖으로 나오는 모양으로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개벽을 의미한다. 꼭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에 갑오개혁,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이 일어난 것도 우연이 아닐 터이다.

갑목은 나무로 말하면 대들보감에 해당되는 거목을 상징한다. 갑오를 위아래로 쓰면 위는 거대한 나무(甲)의 기운이고 아래에 있는 오(午)는 불(火)의 기운을 나타낸다. 즉, 나무가 뿌리 부분의 열기가 강하여 가뭄으로 말라 죽는 형상이므로 죽은 나무, 사목(死木)이다. 이런 나무는 건축용이나 땔감으로 쓰게 되는데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갑오년에 태어나는 사람은 잘 키우면 동량지재(棟梁之材·한 집안이나 나라의 중심이 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올해는 띠로 보면 말의 해이고 갑목을 색으로 나타내면 푸른색이다. 새해는 청마(靑馬·푸른 말)띠 해이다. 푸른 말은 기마(驥馬·천리마)라고 한다. 말은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로 도처에 말 무덤이 있고 주인을 위하여 죽어간 의마총(義馬塚)도 많다. 옛사람들은 말이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말의 피나 백마(白馬)는 귀신을 쫓는 벽사((벽,피)邪) 능력이 있다고 믿어 서낭당에 마상(馬像)이나 말 그림을 붙여 놓고 마을의 무사(無事)를 비는 행사를 하기도 하였다. 말띠 성격은 겉으로는 강하나 속은 부드러운 외강내유(外剛內柔)형이다. 또 현실에 적응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 어떠한 환경도 극복할 수 있으며 지혜가 뛰어나다.

말띠 여자는 팔자가 억세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6명의 왕비가 말띠였다고 한다. 주역에서 암말은 땅 위를 끝없이 걸어가며 부드럽고 순종하여 올바르고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금년 갑오년에 출생하는 아기들은 아들은 천리마와 같이 용맹하고 뛰어난 인재로 태어나고, 딸은 왕비와 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딸들이 많이 태어날 것이다.

올해는 가뭄이 예상되며 곡식이나 과실과 농작물이 가뭄으로 메말라 작물이 잘 안되는 비교적 흉작이 예상된다. 갑오년을 주역으로 괘를 내면 천산돈(天山遯·학파에 따라 ‘천산둔’으로 읽기도 함·· …)괘가 된다. 이 괘는 주역의 33번째 괘로 돈(遯)은 도피, 은퇴, 은둔을 뜻한다. 또 양(陽)이 음(陰)의 세력에 밀려 달아나 숨는 형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는 음이 강해지는 시기다. 여성들이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새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데 지방선거에서도 여성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긴장과 위기, 격돌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북쪽에서 내부적인 갈등과 백성들의 반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선거와 정책 혼선 등으로 안정이 안 되고 시끄러워 서민들의 경제 사정과 나라 경제가 어렵다.

천산돈괘는 내부적인 갈등과 불만이 커지므로 회사나 조직 내에서 내부 불만과 갈등이 커져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지도자나 관리자는 이런 기미를 미리 파악하여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새해는 독자 여러분께 주마간산(走馬看山·달리는 말 위에서 겉만 보고 지나가다)이 아니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견마지로(犬馬之勞)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천리마인 기마를 타고 천 리를 한달음에 달려 목표에 도달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갑오년#주역#갑목#말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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