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리처드 힐]코리아, 일하고 싶은 나라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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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필자는 올해로 6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인으로부터 ‘한국의 인상’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필자 역시도 한국의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활동한 데다 과거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터라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아도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 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반세기가 조금 넘는 짧은 기간에 세계 7대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고도성장 사례는 이미 많은 외국인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그 경제적인 위상에 비해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는 여전히 하위권이다. 2012년도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평판 순위는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브랜드라는 말은 원래 목장주가 자신의 소(牛)임을 표시하기 위해 소의 몸통에 도장을 찍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 후 신뢰받는 여러 기업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들의 평판을 구축해 비즈니스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똑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어떤 브랜드냐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나뉜다. 브랜드가 단순한 구별 수단에서 상업적인 가치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중요한 것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해당 국가와 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이다. 비단 관광객 유치뿐만이 아니라 투자 및 인재 유치, 무역 증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해당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특히 한국처럼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된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또 다른 경제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 브랜드 가치가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은 국가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을까.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은 한옥체험을 하고 해금 연주를 들으며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관광을 가도 그 나라 특유의 가옥과 복식을 체험하고 전통악기 연주를 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런 한국적인 것들이 얼마나 세계인들의 기호와 눈높이에 가까이 접근하느냐에 있다. 요즘 들어 한국 브랜드와 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싸이의 선풍적인 인기만 보더라도 케이팝을 포함해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싸이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한국적인 그리고 자신만의 엉뚱하고 재미있는 스타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며, 이는 재정절벽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잠시 잊게 해주는 최고의 묘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비단 문화적인 노력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제 서비스 산업 육성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이를 통해 젊은 인재들을 위한 가치 있는 고용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안정과 규제 완화, 국가 브랜드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최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가 한국 비즈니스 시장의 가치,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국가적 발전이나 글로벌 경제력에서 이미 기대 수준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이제는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즐겁고 국제적인 것인지 전 세계인에게 그 숨겨진 잠재력을 보여줄 때다.

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한국#국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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