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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일본이 노동시간 줄이는 이유[동아광장/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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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일본이 노동시간 줄이는 이유[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입력 2020-01-11 03:00수정 2020-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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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임박한 韓, 선택 기로에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지난해 여름 일주일 동안 학회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에 머문 적이 있다. 학회 마지막 날 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스페인 출신 여성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는 독일에 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스페인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스페인의 자연과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지금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이기 때문에 스페인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노동시간이 짧고 잔업이 없기 때문에 자신과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부담이 없지만 스페인으로 직장을 옮기면 퇴근시간이 늦고 그나마 일정치 않아서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은 독일 사람들보다 연간 340시간 정도 더 많은 노동을 한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독일의 76% 수준에 불과하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더 적은 소득을 얻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는 놀랍게도 자영업을 포함해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의 비중이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15∼64세 인구 중 독일의 취업자 비중은 76%지만 스페인의 취업자 비중은 63%에 불과하다. 남성의 취업률도 독일보다 낮지만, 특히 여성의 경우 독일 72%에 비해 14%포인트나 낮은 58%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각종 진단을 대하다 보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렇다면 여성의 취업률이 낮은 스페인은 독일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일까? 그렇지 않다. 2017년 스페인의 출산율은 1.34로 독일의 1.57보다 낮다. 유럽의 데이터를 보면 노동시간이 긴 나라가 여성의 취업률이 낮고 또 그런 나라가 출산율도 낮다. 나와 동석했던 스페인 경제학자의 예는 이제 여성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곳에서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2005년 일본의 출산율은 1.26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던 일본은 그 이전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 특히 신생아에 대한 보조금 정책 등에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높이진 못했다. 그에 비해 독일과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4년 각각 1.24와 1.7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유럽에서 출산율이 회복되는 것을 목격한 일본은 그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5년 일본 20대 후반 여성의 취업률은 70%였지만, 30대 초반의 경우에는 59%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20대 후반과 30대 후반 여성 취업률이 65%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결혼 혹은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 흔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독일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취업률은 77% 정도로 여전히 거의 차이가 없다. 같은 해 일본에서는 20대 후반 81%, 30대 초반 75%로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그 격차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출산율 역시 회복돼 이제는 독일에 근접한 1.5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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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에 취업률을 높이고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일본보다 더 풍요로운 사회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자 1인당 임금도 줄어들 것이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단축과 함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취업률이 높아지면, 가구 전체 혹은 노동자 전체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오히려 높아진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

한국인은 독일인보다 연간 630시간, 일본인보다는 313시간 더 많은 노동을 한다. 반면 취업률은 10%포인트나 낮고 시간당 생산성은 독일의 51%, 일본의 82%에 불과하다. 출산율 역시 이 두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유럽과 일본의 경험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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