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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건너려면 전부를 걸어라[동아광장/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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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건너려면 전부를 걸어라[동아광장/최인아]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입력 2019-11-30 03:00수정 2019-11-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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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도 안갯속 더듬는 시대… 연약한 우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성취는 노력에 정비례 안 해… 정체와 인내 쌓여야 큰 도약
절실히 원하면 모든 걸 걸어야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나도 ‘동백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랜만에 시청률 20%를 넘기며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다. 뒤늦게 후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보기 시작했는데 한 번 보자 도저히 다음 회를 보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결국 꼬박 이틀을 바쳐 다 보고야 말았다.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있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 동백이(공효진 분) 앞에 뒤늦게 아이 아빠가 나타난다. 돈 많은 프로야구 선수인 그는 자신이 키우겠다며 아이를 데려간다. 하지만 숨겨 놓은 아들이 있다는 게 밝혀질까 두려운 그는 아들더러 ‘조카’라 한다. 그러자 동백이 일갈한다. 아이 인생에 집적대지 말라고, 아빠 노릇을 하려면 네 것을 다 걸라고. 당연히 아이는 동백이가 키우게 되고 아이에게 아빠의 몫은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지금껏 통해 왔던 것들이 더는 통하지 않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짙은 안갯속을 더듬더듬 가야 할 판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국가 경제나 정치 혹은 기업의 미래같이 큰 것들에 얘기되곤 하지만 개인의 인생에도 불확실성은 자주 찾아온다. 아니 어쩌면 인생 자체가 불확실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한 가지를 빼고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까. 더구나 환경을 통제할 힘이 없는 개인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넘어설까. 내겐 오래전부터의 관심사요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이라는 게 흥미로운 데가 있어서 마음속에 질문을 품고 있으면 발효가 시작된다. 마치 콩이 발효되어 된장이 되고 청국장이 되는 것처럼 질문을 품은 자리에 뭔가가 꾸물꾸물 생겨난다. 나는 그것을 ‘인사이트’라고 부르겠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안쪽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오랜 질문 끝에 이런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불확실성의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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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간단한 그래프 하나를 그려 보자. 가로축을 노력, 세로축을 성취라 하자. 만약 노력하는 대로 성과가 나온다면 그래프는 우상향 45도 형태가 될 거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계단식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한다 치자. 결심을 하고 몇 날 며칠을 열심히 한다. 일주일 공부하면 일주일만큼 영어가 들리고 2주일이 지나면 또 그만큼 진도가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는 채 시간만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면 이걸 계속해야 되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포기하기 시작한다. 다시 굳은 마음을 먹고 계속한다 치자. 어느 날 귀가 열린다. 영어가 막 들리기 시작하는 거다. 아, 이제 됐구나 하며 마음을 놓는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지나면 또 제자리 같다. 다시 모르겠는 거다. 이 단계에서 또 적잖은 이들이 포기한다. 남은 이들이 점점 줄어든다. 결국 성취는 불확실성의 구간을 통과해야 가능하고 그래서 그래프는 계단식이 된다.

그럼 왜 성취 그래프는 이런 식일까. 왜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고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 걸까. 나는 실없이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단단한 소수를 골라내는 우주의 테스트가 아닌가 하고. 정말로 그 일이 하고 싶은지, 절실하게 원하는지를 걸러 내려는 이치가 아닐까 하는. 만약 바로바로 성취를 실감할 수 있다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 그런데 인간사 대부분은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이 불확실성이 사람을 잡는다. 주식 시장도 드러난 악재보다 불확실성이 더 나쁘다고 하지 않는가.

벌써부터 내년도 전망이 나오고 내년 역시 만만치 않은 해가 될 거라고 한다. 그럼에도 성취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말이다. 될지 안 될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힘으로 그렇게 하는 걸까. 동백이 말처럼 전부를 거는 거다. 여차하면 발을 빼려는 태세로 한 발만 담그는 게 아니라 두 발을 다 담그고 전력을 다하는 거다.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상식인 세상에 이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싶겠으나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이런 것들이다. 절실하게 원하는 것에 전부를 걸라고. 불확실성의 안개는 그 힘이 걷어준다고.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동백꽃 필 무렵#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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