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재경]전대미문의 괴물, 미세먼지와 법률 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함께 살 ‘괴로운 이웃’ 미세먼지 특단 대책 ‘특별법’ 본격 시행
미세먼지 대응에 사회역량 총동원, 민간도 정부 시책 협조 의무 부여
‘삶의 질’ 좌우할 미세먼지 저감… 환경부의 냉정한 분발이 필요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요즘 서울은 숨쉬기조차 괴롭다. 휴대전화로 시도 때도 없는 비상 경고 문자를 받을 때면 깜짝깜짝 놀라기까지 한다. 어제까지 닷새째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이고 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중국발(發) 스모그까지 유입되면서 강원 영동과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대기 질이 최악인 듯하다. 유치원 개학 연기가 차라리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새롭지만 함께 살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 괴로운 이웃, 미세먼지는 무엇인가? 먼지의 사전적 뜻은 ‘가늘고 보드라운 티끌’이다. 법률용어로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물질(粒子狀物質)’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입자상물질’은 ‘물질이 파쇄·선별·퇴적·이적(移積)될 때, 그 밖에 기계적으로 처리되거나 연소·합성·분해될 때 발생하는 고체 또는 액체 형태의 미세한 물질’이란 의미다.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면 미세먼지, 2.5μm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구분한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폐와 혈관 등에 바로 침투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국민 건강에 치명적 위협 요인이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는 물론이고 야외 활동을 위축시켜 관광, 외식, 쇼핑 등 여러 분야에 큰 타격을 준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 문제로 인식되고 국민 불안이 증폭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래서 지난해 8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금년 2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미세먼지 관리 종합 계획’을, 시도지사는 이를 실천할 세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도 구성하게 돼 있다. 국무총리 산하에는 ‘미세먼지 개선 기획단’이, 환경부에는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가 설치된다.

시도지사는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살수차, 진공청소차 등을 활용한 미세먼지 제거,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사용 제한, 민간 공사장 조업 시간 조정 등의 비상 저감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의 휴업 또는 수업 단축을 할 수 있고 시차 출퇴근제, 재택 근무제, 시간제 근무 등을 사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최대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해 달라는 권고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법에는 미세먼지라는 전대미문의 난감한 괴물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모든 분야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요약하자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건강·생명 보호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주변국과 협력할 의무를 진다. 사업자와 국민은 사업과 일상생활에서의 미세먼지 배출 저감 노력은 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에 적극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행정·공공기관 중심으로 추진해온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민간 분야의 참여가 의무화된 것이다.

이처럼 국민에게까지 포괄적 의무를 부과하는 유례 드문 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가장 심각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정확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원인인지, 국내적 요인이 더 큰지 또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화석연료 사용, 원자력발전소 가동 축소가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규명돼야 할 문제가 많다.

미세먼지 저감 특별법은 이제 걸음마를 떼었다. 하지만 그 대책과 내용은 충분히 촘촘하다.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특별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가 시책에 적극 협조할 태세가 되어 있다.

정부는 신속하게 법률에 따른 체계를 갖추고 미세먼지 원인 규명, 피해 상황 파악, 효율적 저감 대책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자칫 정치 문제로 변질되면 아무 일도 안 된다.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국가적 현안에 정략적 사고나 논쟁은 금물이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의 과학적이고 냉정한 분발을 촉구한다.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미세먼지#중국발 스모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